9명 숨진 일가족, 팔순 할머니 시골 집에는 강아지만 덩그러니…마을 주민 “울음바다 됐다”

전남 영광군 군남면 노부부 빈집 강아지만 홀로 지켜


제주항공 참사에서 희생된 전남 영광군 군남면 80대 노부부가 키우던 강아지. [TV조선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가운데 팔순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태국 여행에 나섰다가 영영 하늘로 떠난 노부부가 살던 전남 영광 시골집에 홀로 남은 강아지의 애처로운 모습이 공개됐다.

3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 사고로 숨진 탑승객 179명 가운데 전남 영광군 군남면에 거주하는 80세 A씨는 최연장자였다.

제주항공 참사에서 희생된 80대 노부부가 키우던 강아지. [TV조선 갈무리]


A씨 부부 일가족 9명은 A씨 팔순 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단체 여행을 즐겼으나 귀국길에서 모두 숨졌다.

A씨 부부가 살던 전남 영광군 군남면 시골마을 집은 강아지 한 마리가 홀로 지키고 있다. TV조선이 30일 공개한 영상에서 이 강아지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빈 집에 홀로 남아 애처롭게 도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에서 희생된 전남 영광군 군남면 80대 노부부가 키우던 강아지. [TV조선 갈무리]


마을 주민은 “(원래 주인이) 묶어놓지 않고 이렇게 놔두더라고. 우리 집에 가자고 하면 자기 집까지만 가다가 말아버려”라며 안타까워했다.

할머니를 따라 하늘로 간 A씨의 6살 손주는 마을의 유일한 어린아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은 “(아이) 보면 다 예뻐라 하고 보면 뭐 사주고 그랬다. 그 소식 듣고 저녁 내 울었다. 어제 울음바다 됐다”고 했다.

1997년 괌에서 추락해 228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사고 이후 27년 만에 최악의 사고를 낸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지난 29일 오전 9시께 무안국제공항에서 비상 착륙 시도 중 둔덕을 들이받아 폭발했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했으나 2명 만이 구조됐다. 해당 항공기는 지방 중소여행사가 크리스마스 여행객을 모집해 임차한 ‘크리스마스 전세기’였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무안을 출발한 3박 5일 일정의 방콕, 파타야 왕복 여행 귀국편으로 희생자들은 대부분 가족과 친지, 직장동료 단위 승객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슬픔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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