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업계 ‘항공기 혹사’…무리한 ‘노 젓기’ 화 키웠나

제주항공, 여객기 운항 시간 가장 길어…월평균 418시간
사고기, 최근 48시간 동안 일본·태국·대만 등 13차례 운항
안전 우려 커지면서 항공권 취소 잇따라
제주항공 “항공기 정비, 때마다 철저히 이행”


지난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인근에서 새 무리가 비행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과 함께 기체 결함, 콘크리트 둔덕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항공사 측의 과도한 여객기 운항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과도한 모객 경쟁이 ‘항공기 혹사’와 부실 정비 가능성 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안전 불감증을 키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패키지여행에 특가 항공권까지’…LCC 업계, 여객 수요 선점 경쟁 갈수록 치열


31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최근 1~2년 사이 항공사 간 모객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형항공사(FSC) 대비 정기편 노선 비중이 낮은 LCC 업계는 여행사와 협업해 앞다퉈 ‘전세기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거나 특가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 올해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 특수를 앞두고 LCC 업계는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노선 위주로 전세기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증편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9일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 역시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중장년층이 다수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선택한 패키지 프로그램은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 무안을 출발해 태국 방콕에 도착, 29일 오전 1시 30분 방콕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전 8시 30분 무안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3박 5일 상품으로, A 투어에서 해당 항공편을 탄 사람은 41명에 달한다.

LCC 업계의 경우 수익성 창출 전략의 일환으로 중·단거리 중심의 단독 노선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일본 도쿠시마에 단독 취항했고, 에어부산과 제주항공은 올해 10월 각각 부산~발리 직항 노선과 인천~인도네시아 바탐·발리 노선을 단독 취항했다.

제주항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 여객기 [각사 제공]


제주항공 사고기, 최근 48시간 동안 13차례 운항…월평균 운항 시간도 가장 많아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항공사 간 과열 경쟁 구도가 자칫 항공기 혹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권 가격을 낮추되 중단거리 노선을 활용하고, 항공기 회전율을 극대화해 수익률을 올리는 전략을 펴고 있는 LCC에서 이 같은 부작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을 분석해 보면 이같은 지적에 설득력을 더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418시간이다. 이는 국내 6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긴 수치로, 유일하게 400시간을 넘겼다. 월평균 운항 시간은 총 유상 비행시간에서 비행기 대수를 나눠 산출한다.

다른 LCC인 진에어의 올해 3분기 월평균 운항 시간은 371시간, 티웨이항공은 386시간, 에어부산 340시간으로 집계됐다. 양대 FSC인 대한항공의 월평균 운항 시간은 355시간, 아시아나항공은 335시간이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최근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사고 항공편의 공항 간 체류시간도 대체로 1시간 안팎으로 짧았다. 항공기는 이·착륙 때마다 기체 안전 점검을 받는데, 체류시간이 짧을수록 정비에 드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여객기 운항 시간은 늘어난 반면 그에 대한 안전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가장 많은 운항 시간 기록을 세운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종합 안전도 조사에서 최하위(C++)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여객기 안전성에 관한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불거지면서 제주항공의 항공권 예약 취소도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29일을 기점으로 30일 오후 1시까지 항공권 취소 건수는 6만8000여 건(국내선은 3만3000여 건, 국제선 3만4000여 건)에 달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3차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


제주항공 “사고 원인, 여객기 가동률 탓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이번 사고 원인에 관해 “무리한 운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진행한 2차 브리핑에서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를 제때 철저히 하고 있고 계획된 정비, 그리고 일상적으로 출발 전후에 이뤄지는 모든 정비 등 한치에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3차 브리핑에서도 그는 “항공기 안전점검과 관련해 해야할 일을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승객들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 세심하게 관심 기울이고 안전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B737-800 기종을 대상으로 전수 특별점검을 하고, 항공사별 여객기 가동률을 비롯해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 및 정비 현황 등이 규정대로 잘 준수되고 있는지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 기종은 국내 LCC 대부분이 운용 중으로, 제주항공이 39대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수를 항공편에 투입하고 있다. 이어 티웨이항공(27대), 진에어(19대), 이스타항공(10대), 에어인천(4대)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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