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야 산다”…유통업계 1순위 전략은 ‘글로벌’ [2025 RISK가 온다]

국내서는 고환율·소비 위축·저출생 고령화 ‘삼중고’
K푸드, 신공장 설립·라인 증설로 수출 수요에 대응
K뷰티·K패션도 한류 따라 글로벌 겨냥 전략 강조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지난해 내수 시장 부진으로 고전한 국내 기업들이 올해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한류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황을 보이면서 각 기업은 해외 공장을 세우고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가운데 글로벌 시장 공략은 더 거셀 것으로 보인다.

K푸드 수출 호조…신공장 설립·라인 증설


불닭 탑에서 제품을 교환하는 참가자.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는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수출 선봉장에 있는 것은 단연 K-푸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한 90억5000만달러(약 12조6935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액 상위 품목인 라면과 과자류, 음료, 쌀 가공식품 등의 수출액은 모두 최대치를 경신했다.

라면 수출의 일등 공신은 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불닭 브랜드 매출은 1조원을 넘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8%에서 지난해 3분기 77%로 뛰었다. 경남 밀양에 2공장을 짓고 있는 삼양식품은 중국에 해외 첫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에는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하면서 대륙별 판매 거점도 확보했다.

농심은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2공장에 용기면 고속 생산라인을 추가했다. 또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5억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는 수출 전용 공장을 짓는다. 기존 부산공장 생산량을 더하면 2026년 하반기부터 연간 10억 개에 달하는 수출용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CJ . [CJ제일제당 제공]


K과자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K과자 수출액은 처음으로 연간 7억달러(1조원) 벽을 넘었다. 해외 연 매출 3조원이 돌파가 유력한 오리온은 베트남 하노이 공장을 증설하고 호치민과 하노이에 추가 공장을 세우기 위한 부지 확보에 나선다. 롯데웰푸드는 상반기 인도 푸네시에 새로운 빙과 시설을 가동하고, 인도 법인 롯데 인디아는 빼빼로 라인을 증설한다.

CJ제일제당은 유럽 헝가리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신규 공장을 구축한다. 앞서 북미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지 김치 제조업체도 인수했다. 호주에서는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해 현지 원료로 김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상도 유럽 폴란드 크라쿠프에 6613㎡(약 2000평) 규모의 김치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준공 목표로, 유럽 전역에 판매되는 김치 물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대상은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의 김치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K뷰티도 성장세…탈중국·신흥 시장 공략


태국에 공식 진출한 헤라가 센트럴 칫롬에서 팝업 이벤트 ‘메이크업 쇼’를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K-뷰티도 한류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화장품 수출액은 93억달러(약 13조28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뷰티 업계에서는 성장이 둔화된 국내 화장품 시장을 넘어 K뷰티 수요가 늘고 있는 해외를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사업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4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등 주요 브랜드들이 북미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고, 서구권 매출 비중이 높은 코스알엑스의 실적이 편입되면서 미주 지역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도 해외 사업 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이 42.8% 증가한 114억원을 기록했다.

각 기업은 향후 지속해서 해외 사업 확대에 집중하며 실적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글로벌 리밸런싱’ 및 ‘집중 영역과 일하는 방식의 재정의’라는 두 축의 경영 전략을 추진 중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미국, 일본, 영국, 인도 등을 글로벌 거점 시장으로 설정해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더후’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 또 북미 사업을 확대하고 신규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유통 채널 전략을 다각화한다. HDB(홈케어 및 데일리 뷰티) 사업은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패션도 글로벌화…현지 매장·협업 확대


중국 백화점인 ‘REEL 상하이점’에 외벽에 붙은 준지 홍보 포스터. [삼성물산 제공]


국내 패션 기업은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를 확보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LF는 올해 헤지스의 중동, 인도 시장 진출과 더불어 던스트, 마에스트로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 삼성물산은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유럽 지역에서도 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코오롱FnC는 유석진 대표 지휘 하에 해외 매출 확보에 나선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글로벌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는 지포어 본사와 중국·일본에 대한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2021년 일본 법인 설립 후 온라인 중심으로 진출한 무신사는 2023년부터 팝업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돕기 위해 대형 편집숍 바이어(구매자)가 참여하는 수주회 겸 쇼룸도 개최했다.

내수 시장, 고환율·소비 위축·저출생 고령화 ‘삼중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대를 돌파한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각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공략 배경에는 어두운 내수 시장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서는 국내 소매유통시장이 지난해 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이번 조사는 전국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 업체의 66.3%는 내년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2024년 유통업계 10대 이슈로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60.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장기적인 인구 구조 변화도 문제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는 주 소비층이 줄어 유통 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찍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1286명)의 20.0%를 차지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트럼프 집권 이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초 13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원재료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업계 등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타격을 입는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아 강달러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부담이 커진다”라며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소비 심리도 제품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층이 줄고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지속돼 수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도 “수출로 외화를 벌어도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상승 비용이 이를 상쇄하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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