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KIA 제공]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최근 몇 년간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굵직한 이벤트로 뜨거웠던 세계 스포츠는 올해엔 잠시 쉬어가는 시기를 맞는다.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과 6월 FIFA 클럽월드컵, 9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제외하고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 스포츠 현장에도 감동과 환희의 순간은 계속된다. 특히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이끌 영건(young gun)들이 세계 무대로 도약할 준비를 마쳐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로야구의 김도영(KIA)과 프로축구의 양민혁(토트넘), 그리고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남녀 프로골퍼 장유빈과 윤이나 등이다.
김도영 [KIA 제공] |
2024 프로야구는 3년차 내야수 김도영의 독무대였다. 정규시즌에서 타격 3위(타율 0.347), 득점 1위(143점), 장타율 1위(0.647), 홈런 2위(38개), 최다안타 3위(189개), 출루율 3위(0.420) 등에 오르며 소속 팀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최연소·최소경기 100득점과 30홈런-30도루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구름 관중을 모았다. 팬들은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라는 문구의 앞 글자를 따서 그에게 ‘도니살’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1000만 관중을 돌파한 2024 프로야구의 최고 유행어였다.
김도영이 해외 무대를 노크하려면 앞으로 4시즌을 더 국내에서 뛰어야 하지만, 벌써부터 세계는 그의 플레이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은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올해 프리미어12를 중계한 앨릭스 코언이 선정한 프리미어12 선수 톱10’을 소개했는데, 김도영은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선수 ‘톱3’에 들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 지명된 트래비스 바자나(5위)보다도 높은 순위다. 김도영은 프리미어12에서 17타수 7안타, 타율 0.412, 홈런 3개와 10타점의 성적을 내며 분전했다. 2025년 프로야구도 ‘도니살 시즌2’가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양민혁 [토트넘 홈페이지] |
18세의 나이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낙점을 받은 양민혁도 2025시즌이 기대되는 선수다.
양민혁은 2024년 K리그 최고의 샛별로 맹위를 떨쳤다. 2024 시즌 개막에 앞서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FC에 합류한 뒤 뛰어난 활약으로 6개월 만에 프로 계약을 따낸 양민혁은 지난 7월 토트넘 입단을 확정,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K리그1 38경기 전 경기에 출전한 양민혁은 12골 6도움을 올리며 압도적인 지지로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지난달 토트넘에 합류한 양민혁은 소속팀 선배인 손흥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훈련에 몰입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1월 1일부터 출전이 가능하지만 현지의 기대는 벌써부터 뜨겁다.
EPL 사무국은 지난달 29일 존 듀어든의 칼럼을 통해 양민혁을 조명했다. 듀어든은 “양민혁은 K리그에서 EPL로 직행한 최연소 선수”라며 “그의 롤모델은 맨체스터 시티의 필 포든이다. 양발 윙어인 양민혁은 수비수 압박을 즐기며 멘탈 또한 강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손흥민·박지성·황희찬 등이 유럽리그를 거쳤던 것과 다른 행보의 양민혁을 주목했다.
장유빈 [KPGA 제공] |
프로골프에선 지난해 국내 남녀 투어를 평정하고 해외 무대로 진출하는 장유빈과 윤이나의 활약이 기대된다.
2024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과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 등 주요 개인상을 휩쓴 장유빈은 한국 선수 최초로 LIV 골프로 이적했다.
KPGA 투어 통산 3승을 올린 장유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출전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행을 전격 선언했다.
장유빈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2025년부터 바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LIV 골프를 선택한 이유를 밝히며 “PGA 투어에 대한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PGA 투어에서도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장유빈은 2025년 세계 골프계가 기대하는 유망주로도 주목받았다. 지난달 29일 미국 골프채널이 선정한 ‘2025년 두각을 나타낼 프로 골퍼 10명’에는 들지 못했지만, 톱10 선정에 고려했던 선수 5명에는 이름을 올렸다.
골프채널이 선정한 이 명단의 기준은 ‘25세 이하로 아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DP 월드투어, LIV 골프 우승이 없으며 세계 랭킹 100위 내에 든 적이 없는 선수’다. 10위 내 아시아 국적 선수는 8위 히라타 겐세이(일본)가 유일하다.
윤이나 [KLPGA 제공] |
2025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하는 윤이나는 한국인 15번째 신인왕에 도전한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며 주요 타이틀 3관왕에 오른 윤이나는 퀄리파잉 시리즈를 거쳐 올해 LPGA 투어 시드를 따냈다.
호쾌한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에 스타성까지 두루 갖춘 윤이나는 LPGA 투어에서 또한번 신드롬을 준비 중이다. 윤이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 이루지 못한 신인왕 목표와 함께 세계랭킹 1위, 올림픽 금메달까지 욕심난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은 지난 1998년 박세리부터 2023년 유해란까지 14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올해 2월 파운더스컵을 통해 LPGA 투어에 데뷔하는 윤이나는 헤럴드경제에 “비거리는 수치상 LPGA 투어에서도 중상위권에서 상위권 사이에 있다고 판단했다”며 “아이언이나 숏게임 위주로 연습에 매진하려고 한다. 더 멀리 치려는 노력보다 좀더 정교하게 치려는 노력으로 승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 메이저리그 첫해 어깨 수술로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올해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소속팀과 재계약 기로에 선 ‘캡틴’ 손흥민(토트넘),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낭보가 기대되는 남녀 쇼트트랙의 박지원과 최민정 등이 새해 스포츠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