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원비 월 100만원씩 썼는데…알고보니 평균이었다 [사교육 가계부를 열다]

헤럴드경제·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기획
교육부 43만4000원, 본지 설문 97만3000원
2배 이상 차이나


‘차라리 애가 없었더라면.’ 맞벌이 엄마 최모(40)씨는 첫째가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교육에 쏟아부을 돈을 계산하면 최씨는 숨이 막힌다. ‘이사를 하든, 해외여행을 가든, 명품을 사든 뭐라도 남았을텐데.’

하지만 사교육을 줄일 수는 없다. “달리는 기차에서 혼자 내릴 수 있겠어요?” 다른 학부모는 기자에 이렇게 물었다. 사교육 중단이 곧 자녀를 낙오 시키는 일이라는 인식이다.

저출생은 절반의 현상일 뿐이다. 비출산 청년들, 한 세대 위엔 출산을 후회하는 부모들이 있다. 사교육 기차에 올라탄 부모들은 저축, 노후, 여가를 하나씩 포기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헤럴드경제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육부가 10년 전을 마지막으로 중단한 ‘사교육 의식조사’를 포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학부모가 부담하는 월 평균 사교육비가 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통계보다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정부가 부처 대표 성과 지표로 사교육비를 꼽고 내년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통계부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헤럴드경제 조사에 따르면 전국 학부모 월 평균 사교육비는 97만3000원이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영유아 및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83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0~29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는 정부 발표 수치와 2배가량 차이가 나는 수치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생 1명이 지출한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중·고 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백병환 사걱세 책임연구원은 “정부 조사의 대상과 규모가 월등히 높지만, 정부 조사가 학부모 체감과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으므로 수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의 사교육 통계 조사에 대해선 여러 한계가 지적돼 왔다. 우선 정부 조사는 3~5월, 7~9월의 교육비만 조사해 방학 기간이 반영되지 않는다. 통상 겨울 방학에는 다음 학년을 선행 학습하는 특강 등이 개설되는 경우가 많다. 백 연구원은 “학년, 학교급이 바뀌는 겨울 방학 지출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조사는 N수생과 영유아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최근 추세 역시 반영하지 않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N수생은 2042명으로, 2004년 이래 최대 규모였다. 최상위권 대학 선호에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 정책까지 겹친 여파다. 영어유치원 등 영유아 사교육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영어유치원은 842개로, 4년 만에 36.9% 늘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내년에 5억6000만원을 투입해 영유아 사교육비를 파악하고, N수생 사교육비도 시범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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