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성공해도 공모가 방어 ‘하늘 별 따기’…제아무리 ‘대어’ 와도 증시 회복 급선무 [투자360]

77개 기업 3.9조 조달, 전년 대동소이
시초가 ‘반짝’ 연말 공모가 하회 비중 ‘73%’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공모주 투심 억제 ‘걱정’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지난해 새내기주 상당수가 공모가를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공모 과정에서 투자가치를 인정 받고 상장 직후 주가가 치솟기도 했으나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대어가 증시 입성을 대기 중이지만 대내외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는 상황이다. 빅딜이 기업공개(IPO) 시장을 견인해도 증시 회복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질적성장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각각 7개, 70개 총 77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조달 금액은 3조905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8% 늘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랜드마크 딜’ 부재 속 중소형주 중심으로 증시 입성 행렬이 이어졌다.

공모 규모 1위 자리는 HD현대마린솔루션에 돌아갔다. 구주매출을 포함해 총 7423억원을 모집하면서 새내기주 전체 공모액의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신규 상장사 가운데 72곳이 1000억원 미만의 딜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 성과는 부각된다. 상장 첫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2배 높게 형성됐으며 연말까지 상승분을 유지하고 있다.

1000억원 이상을 모으며 IPO를 완주한 곳은 4곳 더 있다. 여기에 ▷시프트업(4350억원) ▷산일전기(2660억원) ▷MNC솔루션(1560억원) ▷더본코리아(1020억원) 등이 해당된다. 중대형 딜 대부분 수요예측에 흥행했으나 MNC솔루션만 유일하게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공모 물량을 줄이고 가격 눈높이를 낮췄다.

중대형 딜뿐 아니라 상당수 공모 기업이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높은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 기관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내기주 가운데 공모 밴드 상단을 초과해 가격을 결정한 비중은 65%에 달했다. 상단에서 확정한 기업을 포함한 비율은 84%로 높아진다. IPO에 나선 거의 모든 기업이 흡족할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뜻이다.

시초가와 상장 첫날 종가도 대부분 공모가 대비 높게 형성됐다. 77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등락률은 65%다. 시초가부터 공모가를 하회한 곳은 MNC솔루션, 사이냅소프트, 엠오티, 닷밀, 노머스 등 16개사다. 대부분 하반기 증시에 상장한 곳들로 시장 하락세와 맞물려 시초가부터 공모가 방어에 애를 먹었다.

상장 초반 우호적인 주가 흐름을 유지하다가도 연말 들어 밸류 하락을 피하지 못한 곳도 부지기수다. 12월 27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21곳에 불과하다. 상장한 지 1년도 안된 시점에 주가가 공모가에 미달하는 기업 비중이 73%에 달하고 있다.

공모가를 방어하는 기업 면면을 살펴보면 특정 섹터에 투자 수요가 쏠려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서비스업, 헬스케어, IT, 제조업 등으로 산업적 공통점을 가지진 않는다. 이들 기업의 공모 구조 역시 신주 100% 발행, 구주매출 포함 등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시장 관계자는 “IPO 시장 내 투자 수요는 확실해 공모는 성사되고 있으나 개별 기업들이 상장 밸류조차 지탱할 체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체 기업실적 부진 등의 이유도 있지만 국내 증시 전반적으로 낙폭이 커진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규 상장 기업이 77개나 추가됐으나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총은 전년 말 대비 눈에 띄게 위축됐다. 올 연말 코스피 시총은 1963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8% 감소했으며 코스닥은 340조원으로 21%나 하락했다.

연초 LG CNS, 케이뱅크, DN솔루션즈 등 조 단위 몸집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IPO의 양적 팽창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상장 이후’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투자자의 투심 약화,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경영 실적 부진 등이 치명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관계자는 “상장 후 주가 하락 등으로 공모주 투자자가 수익을 거두는 경험이 줄어들수록 결국 신규 딜이 시장에서 소화될 가능성도 낮아진다”라며 “연초 효과로 IPO가 이뤄져도 하반기까지 공모주의 훈풍을 예상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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