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새 외환보유고 500억달러 증발
2024년 연간 종가 환율 외환위기 후 최고치
외환보유액 4100억달러까지 내려온 상황
한은 6일 발표 외환보유액 상황에 주목
고환율 상황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추가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계엄·탄핵 여파에 따른 원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면서 국내 외환보유고가 한층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최근 3년새 500억달러 수준의 보유액이 줄며 4000억달러 초반까지 내려온 가운데, 지난해 12월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심리적 ‘저지선’인 4000억달러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연말 주간거래 종가 기준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해 고환율이 얼마나 단기간에 해소될지가 관건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6일 2024년 12월말 외환보유액 상황을 발표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 강세가 절정이던 2022년 2분기와 3분기 외환당국은 각각 154억900만달러와 175억43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2개분기 만에 약 330억달러를 투입했다. 고환율 방어가 목적이었다. 당시 2022년 7월 5일 주간 종가(1300.3원) 기준으로 처음 1300원대를 넘은 환율은 약 2개월 반만인 9월 22일(1409.7원) 1400원대를 돌파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시장에 순매도된 달러는 458억67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2월까지만 하더라도 4600억달러를 상회했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약 10%가 달러 순매도로 증발했다.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환율이 당시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지막 주간거래 종가(12월 30일/1472.5원)는 연간 종가 기준으로 1997년(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2월 들어 터진 계엄과 연이은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서 분기 평균 환율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일일 종가 기준) 평균은 1398.75원으로 기록됐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 보다 더 높았을 때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1596.88원) 정도다.
분기 평균 환율은 지난해 1분기 1329.4원에서 2분기 1371.24원으로 올랐다가 3분기 1358.35원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4분기에 오름세를 급격하게 키우면서 1400원 부근까지 반등했다.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외환당국은 달러를 시장에 파는 매도 개입을 진행해 국내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3억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으나, 10월(-42억8000만달러) 크게 줄어든 뒤 11월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3년 전인 2021년 11월 4600억달러를 훌쩍 넘겼던 수준과 비교하면 500억달러 가까운 보유액이 빠진 것이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본격 가팔라진 12월 들어 당국이 달러를 더 매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외환보유고 감소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분기말은 시중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국은행에 달러 예치금을 넣어 외환보유액이 보통 늘어나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높은 상황이 유지되면 이러한 효과에도 외환보유액은 감소할 수 있다. 게다가 1월에도 고환율이 계속된다면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각종 기관들은 우리나라 고환율 상황이 더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1분기 말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8일 기준 전망치 중간값(1305원)보다 무려 130원 높아졌다.
향후 환율 흐름 전망도 뒤집었다. 계엄 전 IB들은 환율이 지난해 4분기 말 1315원, 올해 1분기 말 1305원, 2분기 말 1300원 등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계엄 후 새로운 전망을 통해선 내년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오를 것으로 봤다.
다만 외환당국은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외환보유고에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이 전날 공개한 ‘2024년 3분기 외환당국 순거래’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지난 3분기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1억9200만달러를 순매입했다. 3분기 하락 방향으로 쏠림이 더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분기(-18억1천500만달러)와 2분기(-57억9천600만달러) 내내 순매도를 기록했던 외환 순거래액은 3분기 순매수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