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새해 화두는 ‘건전성’…환율에 모든 게 달려

환율 상승기에 은행 건전성 부담 커져
위험가중자산↑, 총자본비율↓가능성
당국, ‘스트레스완충자본’ 등 규제 완화
환율 장기화 전망도…추가 대책 나올까


올해 은행권은 환율 상승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건전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 지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지난달 ‘비상계엄’ 이후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에도 ‘비상등’이 커졌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으면서 은행권의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72.5원이었다. 연말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환율 상승기에 건전성과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은행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납부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련 규제를 완화해준 것도 은행의 리스크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 도입 예정이었던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 도입을 올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 스트레스완충자본이란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상황 분석) 결과와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기존 최저자본 규제 비율에 최대 2.5%포인트까지 추가자본을 적립토록 한 규제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권의 외화자산 중 비거래적 성격의 구조적 외화자산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요소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주요 해외 IB(투자은행)들이 예측한 원/달러 환율 평균값은 내년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이다. 특히, 노무라의 경우 내년 2분기와 3분기 환율을 1500원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앞으로 당국이 추가 건전성 규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발표 이후 추가로 논의 중인 내용은 없다”면서도 “향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필요시 추가적인 대책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서는 유동성이나 건전성 관리에 당장 큰 위험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규제 완화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규제 완화 대상은 LCR, 경기대응완충자본 등이다. LCR이란 30일간의 잠재적 유동성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이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비율이다. 당국은 현행 LCR 기준을 97.5%로 설정한 상태다. 올해부터 100%로 상향됐다. 외화 LCR은 외화 유출에 대한 유동성 규제다. 30일간 외화순현금유출액 대비 외화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외화 LCR에 대한 현재 기준은 80%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외화 LCR은 최소 144.6%, 최대 172.9%였다. 기준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LCR도 모두 100% 초반대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 팽창기 은행이 자본을 일정 정도 추가로 적립하게 한 뒤 신용 경색이 발생할 때 이 기준을 낮춰 은행이 비축한 자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국은 지난 5월 경기대응 완충자본을 1%로 높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쌓아둔 자본이 많기 때문에 당장 유동성에 큰 리스크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오래 전부터 자본 적립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해온 만큼 규제 완화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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