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 확인된 200여점 유족에
이달 2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공항 차고지에 붙은 유류품 보관소 현수막 [연합] |
“우리 조카는 치아 밖에 안 남았더라고….”
올해 3월 결혼 예정이었던 조카를 떠나보낸 A씨는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는 듯 마른 세수를 하며 조카의 얘기를 꺼냈다. 올해 3월 결혼 예정이었던 A씨의 조카는 예비 신부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마지막 사고 순간까지 예비 신부를 안고 있던 탓에 신부의 시신은 온전한 반면, 조카는 치아만 남기고 떠났다.
예비 부부였던 조카 내외는 새 아파트에 입주해 함께 산 지 3일 밖에 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떠난 부부는 그렇게 돌아오지 못했다. 조카의 엄마이자 A씨의 누나는 닷새간 너무 울어 눈물도 말라버렸다. 예비 신부의 건너 지인도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는 비보도 들렸다. 한 다리만 건너면 내 가족의 친구·지인인 광주도 울음에 잠겼다.
A씨는 “조금이라도 더 온전한 모습으로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서 시신 일부라도 인도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조카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더 돌아오면 예비 신부와 함께 합동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며 시신 인수를 미루고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2일 소유자가 확인된 여권, 휴대폰, 캐리어 등 유류품 200점을 유족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가족들의 유류품을 찾아가기 위해 유족들은 같은 날 낮 12시께부터 무안공항 2층 무인 발급기 앞에 긴 줄을 섰다.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기 위해서다.
제주항공 직원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1명당 한 가구를 맡아 안내를 해줬다. 2층 1번 게이트 앞에는 DNA 감정이 끝난 시신을 인도 받으려는 유족들이 줄을 섰다. 이달 2일 오후 5시 기준 30명의 희생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전남 화순군 공무원으로 퇴직한 사촌 형을 잃은 B씨의 사촌 형수는 유류품을 인도 받기 위한 버스에 탑승했다. B씨의 사촌 형은 화순군에서 함께 근무했던 전·현직 동료 13명과 함께 태국 방콕으로 놀러갔다 변을 당했다. 형제가 13명이나 되는 B씨의 사촌 형은 가족을 살뜰히 챙기던 아들이었다. 지난해에는 40명 대가족이 함께 충청도로 놀러가는 등 우애도 깊었다.
B씨는 “원래는 사촌 형이 올해 결혼 39주년 되는 해라 아내들까지 함께 가는 부부동반 여행을 계획했는데, 사촌 형만 가게 됐다“며 ”다행히 날개 쪽에 탑승해서 그런지 시신은 온전하다.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B씨는 ”여행갔다 돌아오면 고향에 내려와서 소주 한 잔 하기로 했는데, 참담하고 비통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달 2일 오후 2시30분께 유류품을 인도 받아 온 유족들은 버스 화물칸에서 흙이 잔뜩 묻은 캐리어를 꺼내들었다. 캐리어는 사고 당시의 충격을 보여주듯 양쪽이 어긋나 입이 닫히지도 않은 채 유족들의 손에 들려나왔다.
유족들은 입이 어긋난 캐리어를 소중하게 파란색 대형박스에 옮겨담았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캐리어가 기울어질까 “어떡해” 걱정하는 소리도 나왔다. 유족들은 생전 희생자를 대하듯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캐리어를 옮겼다.
텐트로 옮겨와 상자에서 유류품을 하나씩 꺼내보며 눈물을 훔치는 유가족도 있었다. 방콕 여행 기념품인 듯 보이는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유리병도 보였다. 텐트 밖으로는 통곡소리만 울려 퍼졌다. 무안=박지영·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