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에 남은 못자국과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경북 안동시·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드라마 ‘대조영’ 촬영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 만대루에 못질을 해 훼손한 KBS 드라마 촬영팀이 경찰에 고발당했다.

3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2분께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을 통해 KBS 드라마 촬영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인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을 들며 “KBS 드라마 촬영팀이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명백히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며 “복구 절차가 협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문화재 훼손 자체가 법적으로 위반된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을 안동경찰서에 배당할 방침이다.

전날 안동시는 KBS 드라마 촬영팀이 소품용 모형 초롱 6개를 매달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만대루 나무 기둥에 못 자국 5개를 남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 깊이 약 1㎝로 파악됐다. 관람객이 훼손하는 모습을 목격, 현장에서 항의하고 안동시에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산서원은 우리나라 서원 중 가장 아름답기로 꼽히는 문화재로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그중 만대루는 소박하고 절제된 조선 중기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우리나라 서원 누각의 대표작이라고 평가받는 유산으로 보물로 지정돼 있다.

KBS는 “송구스럽다”는 사과문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복구를 위한 절차 협의, 추가 피해를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문제가 된 드라마는 서현과 옥택연 주연의 사극풍 로맨스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이다.

앞서 KBS는 대하사극 ‘대조영’ 촬영 시기인 2000년대에도 국가사적 제147호 문경새재 관문 곳곳에 대못을 박아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KBS는 당시에도 복구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