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그날 조종실에선…2000쪽 매뉴얼 뒤진 절박한 흔적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QHR 일부. [MBN 보도화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보잉737의 운영 매뉴얼 일부가 발견됐다. 조류 충돌부터 ‘메이데이’, 사고발생까지의 긴박한 6분을 짐작케하듯 ‘손으로 뜯은 흔적’도 남아있었다.

3일 MBN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기체 주변에는 QRH(Quick Reference Handbook)로도 불리는 보잉737 운영 매뉴얼 서너 장이 발견됐다. QRH는 20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로, 보통 항공기마다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 1권씩 2권이 비치된다.

마지막까지 조종을 쉬지 않았던 제주항공 기장의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발견된 매뉴얼 페이지는 이번 사고 비상상황과 관련된 부분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보잉 737-800 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 물 위에 비상착륙하기 위한 수면 불시착 절차 관련 내용 등이 발견된 것이다.

관련 페이지 일부에는 일부러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자국도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고 직전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진 상태에서 기체를 착륙시키려 고군분투한 조종석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필요한 부분만 급하게 뜯어서 판단에 참고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MBN 보도화면]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사고 직전 기장이 콕핏(조종석)에 앉아 마지막 순간까지 비행기를 조종하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이번 QRH 매뉴얼 발견으로 68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가진 공군 출신 베테랑 기장이 부기장과 함께 끝까지 애쓴 흔적이 하나 더 발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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