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갠슬러 위원장 사임 후 최고가
올해 “알트코인 제도권 진입 가속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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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가상자산은 지난해 시가총액 1·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미국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제도권 편입 원년으로 기록됐다. 미국 대선에서 ‘친(親) 가상자산’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상승 동력을 얻었다. 올해 가상자산 규제 완화가 예상되면서 새 국면 전망이 나온다.
3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초 개당 4만4024달러에서 연말 9만5673달러로 마감하며 117.32% 상승했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2353달러로 시작해 3422달러에 마감하며 45.42% 올랐다. 시총 5위권인 리플과 솔라나는 지난해 각각 237.98%, 87.62% 상승했다. 주요 가상자산들은 지난해 강세를 보인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상승률(23%)을 웃돌았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4차 반감기 도래, 트럼프 당선 등 3차례 상승 동력을 토대로 사상 최고치(12월15일·10만8268달러)를 기록했다. 1차 상승 동력은 현물 ETF 승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월 10일(현지시간)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등이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현물 ETF 승인은 기관투자자들이 제도권 금융규제 아래 안전하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길이 열렸단 의미다. 기존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별도로 지갑(계좌)을 마련해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유일했지만 ETF로 우회 투자가 가능해지면서다.
현물 ETF가 출시되자 기관투자가들은 대거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지난해 1분기에만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IBIT)에 기관 421곳이 들어왔다. IBIT 시가총액(185억6600만달러) 중 기관 보유비중(29억8355만달러)은 16.07%를 차지했다. 특히 연기금인 미국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가 전체 6위 규모(2억4504억달러)로 매수해 주목받았다. 현물 ETF 승인 효과가 두드러졌던 지난해 3월에는 하루에 ETF로 들어오는 자금이 10억달러를 넘었다.
4차 반감기가 도래하면서 2차 상승 국면을 맞았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다. 공급이 감소하지만 수요가 그대로일 경우 이론상 가격이 오르게 된다. 반감기 직전 일주일 만에 10% 넘게 상승했지만 이후 중동 정세불안 등 지정학적 위기와 일본 마운트곡스 상환물량 등 여파로 등락을 겪었다. 다만 4년 주기로 찾아오는 반감기를 겪으면서 상승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과 대표적인 가상자산 규제론자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비트코인은 3차 상승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등을 내세우며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2025년 회계연도(2024년10월~2025년9월) 예산안에는 가상자산 규제안이 포함됐다. 가상자산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 비용의 30%를 소비세로 납부하는 ‘디지털자산 채굴 에너지 세금’,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계좌의 보고 의무 강화 등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으로 이 같은 규제도 철폐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 및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상무부장관에는 가상자산 옹호론자인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가 내정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갠슬러 위원장이 사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비트코인은 당시 처음으로 9만9000달러를 돌파했다. 갠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을 “무법천지 서부시대”에 빗대며 규제 정책을 펼친 대표적 반(反) 가상자산 인물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임기 내 가상자산 상품 출시를 규제했다. 비트코인 이외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성을 인정하면서다. 대부분 가장자산이 ‘미등록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현물 ETF 등 상품 출시에 제약을 걸었다. 지난 7월 SEC로부터 현물 ETF가 승인된 이더리움도 당초에는 증권성 논란으로 출시가 불투명했다.
갠슬러 위원장 사임 소식에 업계는 발 빠르게 상품 출시에 속도를 냈다. 소식 직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SEC에 반에크, 21셰어즈 등 4개 솔라나 현물 ETF 신청서를 제출했다. 폴 앳킨스 신임 SEC 위원장 체제 아래 솔라나 현물 ETF는 올해 승인 전망이 나온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내 규제 환경 변화가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안정성이 입증된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가속화되고 다양한 토큰화 펀드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내다봤다.
국내서는 가상자산 각종 현안을 다루는 민·관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정책 및 제도 논의도 본격화했다. 가상자산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발행과 유통 및 자금조달 사업자를 규제하는 업권법이 부재하다. 첫 회의에서는 가상자산 법인 실명 계좌 발급을 다뤘다. 이후 통합시세공시시스템 운영, 스테이블(stable) 코인 규율체계 확립,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규정, 현물 ETF 출시 등 주요 현안이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