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40대男, 충성스런 핏불 때문에 목숨 잃었다?…지긋지긋한 ‘개물림’, 어떻게 해야

행인들, 견주 도와주려했으나
핏불 공격에 아무런 조치 못해

“1000만 반려인구 시대, 인식 바껴야”
“특정 견종에 대한 선입견은 매우 위험”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아르헨티나에서 맹견인 핏불과 산책을 하던 견주가 거리에서 쓰러졌는데, 당시 반려견이 견주를 도와주려던 시민을 공격해 적절한 구조를 할 수 없어 결국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파히나12, 라보스데인테리오르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주에서 반려견 핏불과 산책을 하던 46세 남성이 갑자기 거리에서 쓰러져 심각한 경련을 일으켰다.

당시 거리를 지나가던 32세 남성이 견주를 도와주려 다가가자 옆에 있던 반려견 핏불이 심하게 달려들어 손을 물었고, 다른 행인들도 도와주려 했으나, 핏불은 견주를 보호라도 하듯 근처에 다가가지 못하게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이에 시민들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어, 구급차와 경찰 출동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미 견주는 사망한 상태였고, 핏불은 구급대원들까지 공격했으며, 결국 경찰이 공포탄 3발을 쏘며 핏불을 겨우 제압할 수 있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데일리메일 캡처]


이번 사고는 핏불이 견주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타인을 공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핏불 견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여러 차례 반복되어 발생하자, 이런 맹견을 키워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반려인구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이른바 ‘개물림 사고’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희 반려동물 행동교정 플랫폼 <브리딩>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의 안타까운 사고는 반려동물 행동학에 대한 깊은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라며 “핏불테리어를 비롯한 특정 견종에 대한 선입견보다는, 모든 반려견의 개별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핏불테리어는 본래 강한 체력과 운동성을 가진 견종으로, 견종 자체의 공격성보다는 적절한 사회화 훈련과 교육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충성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반드시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모든 개는 개체별 성향 차이가 있으며, 양육 환경과 훈련이 행동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충성심이 높은 견종이라고 해서 반드시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연결 짓는 것은 위험한 오해다. 핵심은 반려견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적절한 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성격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 대표는 개물림 사고 발생시 행동요령에 대해 “개물림 사고 발생 시에는 침착한 대처가 중요”하다며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큰 소리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되, 개와 직접적인 눈맞춤은 피하고, 가능하다면 가방이나 의류로 방어벽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인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구성원의 변화에 대해서는 “더욱 성숙한 반려문화가 필요한 때”라며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체계적인 단계별 의무 교육과 훈련, 정기적인 전문가 상담, 그리고 반려동물 책임보험 가입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예방의 중요성”이라며 “많은 사고가 적절한 사회화 훈련만으로도 예방될 수 있다. 반려견의 스트레스 신호를 읽고, 상황별 대처법을 숙지하는 것이 반려인의 기본 소양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결국 안전한 반려문화 정착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반려동물 친화 사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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