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상황 주시…추가대책 촉각
지난달 비상계엄 이후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에도 ‘비상등’이 커졌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으면서 은행권의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뒤 1450원 선을 웃돌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원 오른 1469.0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환율의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66.6원으로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주간 거래 종가는 1472.5원으로, 연말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환율 상승기에 건전성과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은행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납부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금융 시장 안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외화자금시장은 외화RP(환매조건부증권)매입, 외화대출 등을 추진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련 규제를 완화해준 것도 은행의 리스크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권의 외화자산 중 비거래적 성격의 구조적 외화자산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요소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주요 해외 IB(투자은행)들이 예측한 원/달러 환율 평균값은 내년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이다. 특히 노무라의 경우 내년 2분기와 3분기 환율을 1500원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앞으로 당국이 추가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필요시 추가적인 대책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서는 유동성이나 건전성 관리에 당장 큰 위험은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규제 완화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