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땐 가계고정비용 보험료 1년 유예 검토

금융위, 모든 보험사에 의견 조회
현재는 일부 특정 상품에만 적용
납입 지연 이자도 보험사가 감당
소득 감소 부담 줄이고 보장 유지


금융당국이 저출산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출산·육아휴직 시 보험료 납입유예 제도를 업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


#. 결혼 3년차에 접어든 A 씨는 얼마 전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새로운 생명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생각보다 비싼 육아용품에 목돈을 지출할 일이 많아진 A 씨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출산 후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현재 월 20만원 가까이 납입하고 있는 보험료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A 씨는 “소득은 주는데 지출은 많아지는 빠듯한 육아기간만 넘길 수 있다면 보험을 해지하고 싶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육아 비용과 감소하는 소득에 따른 산모들의 부담이 커지자 가계의 대표적인 고정비용인 보험료 납입을 1년간 유예해주는 정책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저출산 대응 정책의 하나로 출산·육아휴직 시 산모 대상 보험료 1년 납입유예 제도를 업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는 일부 보험사가 특정 상품에만 적용하고 있다.

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체 생명·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보험업권 저출생 대응 과제 관련 의견조회를 실시 중이다. 우선 현재 일부 사에서 운영 중인 출산·육아 휴직 시 보험료 1년 납입유예 제도를 기존 계약 소급 적용을 포함해 업권 전체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임신·출산을 보장하는 신상품 출시 계획과 기존 담보 운영 관련 애로사항도 받을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보험료 납입유예 제도를 일부 상품이 아닌 전체 보장성보험 상품 대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험사들의 의견을 물었다. 보험사들은 다음 주까지 의견을 취합해 전달할 예정이다.

출산·육아 휴직기간 보험료 납입유예 제도는 여성 고객이 출산·육아 휴직 시에 보장은 그대로 받으면서 1년간 보험료 납입을 미뤄주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납입 유예 시 동일한 보장을 받기 위해 미납보험료 외에 보험료 납입지연 이자도 발생하는데 이 부분은 보험사가 감당한다.

2023년 한화손해보험이 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개발했고,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른 보험사에서도 ‘민생안정특약’에서 적용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흥국화재는 ‘흥Good 모두 담은 여성MZ보험’ 등의 상품에 민생안정특약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도 ‘헬스케어 건강보험 무배당’, ‘헬스케어 건강보험(갱신형) 무배당 등 상품에서 실직을 포함해 출산·육아휴직(단축근무 포함)이 발생한 경우 신청을 통해 보험료를 1년간 납입 유예한다.

보험업계는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려는 취지로는 공감하지만, 해당 제도 악용을 막을 수 있는 보완 장치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적용 범위, 방식 등 세부적인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현재 해당 제도를 운용하는 보험사는 해지환급금이 있는 상품에 한해 운영하고 있다. 1년간 납입을 유예해오다 고객이 돌연 해지를 했을 경우 해지환급금에서 해당 기간만큼의 환급금은 빼고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해지보험 상품의 경우에는 해지환급금이 없어 보장은 보장대로 받고 추후 보험사가 보험료를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품에 특약으로 들어간다면 해당 요율을 반영해서 보험료가 산정되기 때문에 보험사에 부담이 없지만, 요율에 반영되지 않는 하나의 제도로 보험료 유예를 하는 거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보험개혁회의에서 저출산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해 왔다. 다태아를 대상으로 한 태아보험의 인수 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들은 합병증 등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삼둥이 이상 다태아의 태아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제한적으로 인수해 왔다. 임신·출산을 보험의 보장 대상으로 새로 편입하기도 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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