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연 적은 억만장자 CEO 다수…“트럼프 1기보다 협상 어렵다”

트럼프 2기 경제라인 면면 보니

친기업·친가상화폐 월가 충성파 일색

한국 외교 네트워크 부족, 재계 도움 절실

 

기업인 출신의 트럼프 2기 경제라인.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루트닉(왼쪽부터 )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재무부 장관 지명자인 스콧 베센트 키 스퀘어 매니지먼트 창립자,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 지명자인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 에너지 최고경영자 [AFP·로이터]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이 많은 ‘초부유층 행정부’” (포춘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억만장자 행정부’라는 점이다. 포춘지는 월스트리트 억만장자들이 대거 포진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재산이 최소 4700억달러(약 684조380억원)가 넘는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억만장자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인물로 자신의 내각을 채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경제 인사 지명자들은 대부분 월가에서 성공을 거둔 사업가로 친기업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기업이나 사모펀드 최고경영자(CEO)인 만큼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에 관세를 매기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실현시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의 인연이 적은 인사들이 대부분이라 트럼프 1기보다 외교·경제 협상에서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 경제 인사는 크게 ▷CEO 출신 ▷트럼프 1기 충성파로 나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2기 내각을 비롯해 백악관, 자문기관 경제 인사도 잔뼈 굵은 정계 인물이 아닌, 월가에서 성공을 거둔 억만장자들이 장악했다.

이들은 대선 기간 공화당과 트럼프 당선인에 거액을 기부하며 ‘돈줄’로 활동했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 미 유력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역사상 유달리 돈을 쓴 선거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경제 투톱이라 불리는 재무부와 상무부 장관 모두 현재 기업가다. 미국 행정부 내 최고위 경제 정책 부서인 재무부 장관 지명자 스콧 베센트는 사모펀드 회사 키 스퀘어 매니지먼트 창립자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아래서 일을 시작했고,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가 그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발탁하며 유명해졌다.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루트닉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트럼프의 신임을 받았다. 캔터 피츠제럴드 CEO이기도 한 루트닉은 2001년 9·11 테러를 겪고 주저앉았던 회사를 일으킨 ‘월가 거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미국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부 장관에 리버티 에너지 CEO 크리스 라이트,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에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발탁됐다. 내각 인사가 아닌 자문기구에도 CEO 인사가 포진했다.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 로이반트 사이언스 창업자가 발탁됐다.

루트닉 지명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시절 ‘트럼프의 헤드헌터’를 자처하며 인사 명단을 주도 했다. 당시 루트닉 지명자는 인사 후보자를 추릴 때 ‘충성심’을 1순위로 살폈다. 인수위원장 시절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CEO는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 트럼프도 CEO”라고 말했다.

그 결과 트럼프 1기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트럼프 1기 때 무역대표부 대표 수석 보좌관이었던 제이미슨 그리어가 발탁됐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기 경제자문위원장이었던 케빈 하셋이 발탁됐고, 경제자문위원회에서는 1기 재무부 경제정책고문이었던 스티븐 미런이 지명됐다.

이들은 트럼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관세 정책을 착실하게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그리어 지명자에 대해 “내 첫 대통령 임기 때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서 싸우기 위해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관세를 부과했다”며 “그는 재앙적인 수십년간의 무역 정책들을 뒤집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사업가, 충성파 인사로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세 전쟁 등으로 트럼프 2기가 ‘매크로 쇼크(거시 충격)’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FT는 “트럼프 2기 집권 초기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으로 경제 성장을 추구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따른 ‘거시적인 충격’이 세계 경제에 극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공화당 인사 부재로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관계)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는 공화당 원로 인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잘 안 알려진 인사이고, 더구나 한국과의 인연이 없는 인사가 많다”고 우려했다. 한미 동맹이라는 큰 틀 안에서 외교, 경제 관계가 이어졌던 조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에는 신뢰 기반 없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표현이 있듯 외교 라인에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면 잇몸 역할을 할 재계 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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