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입하면 인당 국민소득 4.3%↓
1500원 간다면 3만달러 초반까지 떨어져
2024년 연 평균 매매기준율 원/달러 환율이 58.57원 오르면서 1인당 국민소득 감소가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명동거리 환전소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불’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특히 2023년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6194달러로, 일본(3만5793달러)을 앞섰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오면서 국민소득 상승에 대한 고무감은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강(强)달러, 급기야 12·3 비상계엄 이후 극도의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져 한국은 원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충격파를 맞게 됐다.
이 같은 고환율 영향에 1인당 GNI까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원/달러 연 평균 환율이 지난 1년 사이 60원 가까이 오른 가운데, 이를 2023년 1인당 GNI에 대입하면 환율 상승으로 국민소득이 4% 넘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국민소득이 고환율 직격탄을 맞으면서 ‘4만불 시대’에서 더욱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국은행경제 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2024년 연 평균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1363.98원을 나타냈다. 2023년 1305.41원 대비 58.57원(4.5%)이 올랐다.
연 평균 매매기준율은 한은이 1인당 국민소득을 계산할 때 내부적으로 적용하는 환율이다. 매매기준율이 높아지면 국민소득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제 비교를 위해 통상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 자연스럽게 국제 사회 내 우리 국민의 소득도 줄어드는 셈이다.
2023년 1인당 국민소득 3만6194달러에 1305.41원이 아닌 지난해 수치인 1363.98원을 적용하면 3만4640달러까지 감소한다. 1554달러(-4.3%)가 고환율로 증발하는 것이다. 1500원까지 뛴다면 3만달러 초반대까지 후퇴하고, 1600원이 된다면 2만달러선까지 추락한다.
환율 조건 별 2023년 1인당 국민소득 (한국은행 및 자체계산) |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까지 환율 상승세가 거세지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오히려 감소했을 가능성도 커졌다. 환율 상승 여파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명목 GNI가 성장해야 역성장을 막을 수 있는데, 현재 상황에선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3분기 명목 GNI는 전년동분기 대비 5.1% 늘었지만, 직전분기 대비로는 0.5% 감소했다.
과거에도 전례가 많다. 2019년 연 평균 매매기준율은 1165.65원으로 2018년(1100.3원)보다 65.35원 올랐다. 2024년 상승폭에 준하는 수준이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2018년 3만5494달러에서 2019년 3만4094달러까지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엔 환율 영향이 더 뚜렷했다. 당시 연 평균 매매기준율은 2007년 929.20원에서 2009년 1276.40원까지 폭등했다. 같은 시기 2만5000달러를 기록하며 3만달러를 향해 가고 있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9900달러까지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환율 상승세가 새해에도 진정되고 있지 않도 있다는 점이다. 환율은 1300원대를 넘어 1400원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있다. 최근엔 1480원을 돌파하며 1500원대에 근접키도 했다. 비상계엄과 연이은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면서 원화 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진 탓이다.
환율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가 자신했던 ‘4만불 시대’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민소득이) 4만불을 넘게 되면 계층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같은 달 “우리 정부 내에서 4만불은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4만불 시대는 우리나라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안정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나온 전망인데, 지금처럼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달성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