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외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로버트 러프킨 지음·유영훈 옮김, 정말중요한)=전문 의료 영양사였던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저지방 고탄수화물식을 먹었던 저자는 의학박사가 된 이후에도 의대에서 배운대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저자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절염 등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그간 믿어왔던 건강 상식이 다 거짓이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일반에게 잘 알려진 10가지의 의학적 상식에 대한 반론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비만, 당뇨, 고혈압, 암 등 모든 만성 질환은 사실 신진대사 이상이 원인이며, 이는 약이 아닌 생활 습관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중 만성질환이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점은 대단히 잘못된 의학적 상식이라는 저자의 의견은 흥미롭다. 또 비만이나 당뇨에 관련한 상식 역시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설파한다.

▶지옥(류시은·박서련·조예은·최미래·함윤이 지음, 은행나무)=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만들어낸 만화 ‘지옥’의 세계관에서 뻗어나온 소설집이다. 다섯 명의 작가가 견고하게 확장한 서로 다른 다섯 작품은 무너진 질서의 잔해 속에서 과연 인간이 끝까지 인간성을 붙들어 맬 수 있을지 집요하게 캐묻는다.

박서련이 쓴 ‘묘수’에서는 복역을 끝낸 사기범이 고지를 앞당겨주는 부적을 써주며 떼돈을 버는 무당으로 변하고, 조예은이 집필한 ‘불경한 자들의 빵’에서는 고지를 받은 70대 노인인 수임의 빵집이 ‘한정 맛집’으로 등판한다.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과연 지옥에서 온 사자인지, 아니면 인간인지 되짚어보게 하는 무궁무진한 ‘스핀오프’ 세계에서 원작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지옥의 틈바구니를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작의 팬이라면 만화가 어떻게 ‘소설적’으로 표현하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차·향·꽃의 문화사: 동아시아 역사 속 아름다움의 자취들(김영미 지음, 글항아리)=한국의 차(茶) 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차를 죽처럼 끓여 마셨던 시기다. 그러다 고려시대 무신 정권이 들어서면서 은거생활을 하는 문인과 승려 집단을 중심으로 차맛을 품평하고 아름다운 거품을 만들어 마시는 경쟁이 치열해졌고, 한반도 차 문화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도교의 자연합일 사상과 결합된 차 문화가 고려의 특징이라면, 일본은 에도시대 지배층인 무사를 중심으로 정치적 사교모임의 한 종류로 다도의식이 향유됐다. 한나라 때부터 상류사회에서 차를 마시는 행위가 유행했던 중국의 경우 명·청대에 이르러서는 향을 오래 유지하고 보온이 뛰어난 다구 기능의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차를 비롯해 향과 꽃까지 동아시아 삼국의 닮았지만 저마다 고유성을 가진 문화를 한데 묶어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책으로, 문화의 자취에 깃든 유희적이면서도 탐구적인 예술성을 비교해 읽어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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