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마을 소록도 꽃사슴 불법 도축 의혹

소록대교 개통 이후 차량 통행 쉬워져…고흥군청 밀렵 가능성 조사 중

순천 봉화산에서 목격된 사슴가족 자료 사진.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고흥)=박대성 기자] 한센병 환자들의 마을인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 방사된 꽃사슴이 불법 포획돼 도축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청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소록도(小鹿島)는 한자로 풀이하면 ‘작은 사슴’이라는 뜻의 섬으로 유순한 성질의 사슴을 불법 포획하고 장기를 적출했다는 소문이 충격을 주고 있다.

고흥군은 4일 “소록도에서 살고 있는 사슴 수십 마리가 불법 포획·도살됐다는 제보가 접수돼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 조사를 벌여 고발 등 강력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고흥군 환경산림과는 소록도 안에 있는 국립소록도병원 측과 협의해 사슴 포획·도살 여부에 대해 조사 후 사실 여부 확인 및 증거가 수집되면 수사 당국에 고발키로 했다.

제보 내용에 의하면, 소록도에 방사된 꽃사슴을 누군가 몰래 도살한 뒤 적출해 가죽과 내장은 땅에 폐기하고 고기는 외부로 판매하는 등 반출됐다는 내용이 제보의 내용이다.

주민들은 사슴을 노리는 외부인이 많아지자 민가 접근을 막고자 허수아비를 세우는가 하면 밀렵꾼이 활동했다는 증언도 하고 있다.

소록도는 한센인 마을로 외부와 격리된 섬이었으나 2009년 녹동항~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차량과 사람 통행이 자유로워졌다.

소록도에는 1990년대 초반 소록도 섬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한센인 환자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사슴 40마리를 방사했는데 그동안 개체수가 늘면서 2025년 현재 230여 마리로 늘었다. 고흥 인근 순천 봉화산에도 꽃사슴 3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군청 관계자는 “사슴은 멧돼지처럼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되지 않아 함부로 포획하거나 살처분해서는 안된다”며 “신고 전화가 접수된 만큼 공무원들이 현장 조사를 벌여 위법 사항 적발 시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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