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취업자 2년 사이 4배 증가
반면 대기업은 반토막 넘게 줄어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 전경. 이영기 기자 |
[헤럴드경제(여수)=이영기 기자] 여수 석유화학 산업이 쇠퇴기를 걷자 여수·순천·광양 일대 학생들의 취업 희망 분야도 바뀌고 있다.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경영난에 신규 채용을 줄였고,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마이스터고의 학생들은 공기업 취업에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지난달 27일 전라남도 여수시에 있는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입을 모아 ‘석유화학 산업은 취업은 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999년 개교한 여수석유화학고는 석유화학 산업군에서 일할 인재를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다.
한전KPS에 일반공채로 합격한 상태라는 3학년 A군은 “전에는 대기업으로 70~80%가 취업했고, 공기업은 20% 정도가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취업한 학생 중 공기업으로 60%, 대기업으로 40% 정도 취업한다”며 “최근에는 조선·이공대학교 같은 취업이 잘 되는 전문대 진학을 고려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3 학생인 임모 군은 “상위권 학생들은 석유화학 회사에 안 간다”며 “제일 잘하는 상위권은 현대오일뱅크나 GS칼텍스 같은 정유회사에 취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군은 “그 다음 상위권 학생들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으로 가는데 최근에는 공기업을 많이 가려는 거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수석유화학고 학생들의 취업 선호도 변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공기업 취업 학생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대기업에 일자리를 구한 학생은 줄고 있다.
여수석유화학고등학교 전경. 이영기 기자. |
학교에 따르면 올해 졸업 예정인 고3 재학생 가운데 24명이 공기업에 취업했다. 2년 전인 2023년 졸업생 중 공기업 취업자(6명)와 비교하면 4배나 늘어났다.
반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 취업자는 반이 넘게 줄었다. 올해는 졸업 예정자 가운데 23명이 대기업에 취업했다. 졸업생 53명이 대기업에 취업한 2023년 취업실적과 비교하면 대기업 취업자 수가 반토막이 났다.
올해 23명 가운데 석유화학 계열에 속하는 기업에 입사하게 된 학생은 10명이다.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포스코, 엠코테크놀로지 등 비(非)석유화학 산업 취업자는 13명이다.
학생들의 선호도 변화는 학교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주선태 여수석유화학고 교장은 “석유화학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보니 작년부터 대기업 채용이 줄었다”며 “기업 내부의 전환 배치나 구조조정이 완료돼야 다시 취업 문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 교장은 “학교로서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석유화학 관련 유사 분야의 공기업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이런 움직임에 학교 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으로만 인재 교육을 제한하지 않고, 관련 분야의 다방면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주 교장은 “석유화학 지식을 기반으로 다방면의 산업을 흡수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이론과 일부 실습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며 “올해 많은 학생이 합격한 한전KPS 등 사례로 볼 수 있듯 학생들이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