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흑석동 방3개, 화장실 1개 주차 가능 빌라 ‘보증금 1425만원, 월 임대료 1만원’…가격만 봤을 때 동작구로 이사 가야 하나 생각 들었어요.”(서울 거주 30대 김모씨)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청은 월세 1만원에 살 수 있는 신혼부부 임대주택의 최종 입주자 7가구를 선정해 발표했다. 노량진, 사당 등 동작구 내 주택 7곳에 입주를 희망한 이는 100여 명. 중위소득 120% (2인 가구 44만9131원) 이하인 19~39세 무주택 신혼부부들이 몰려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작형 청년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지난해 서울시 동작구가 도입한 ‘양녕 청년주택(총 사업비 119억4500만원)’의 후속판이다. 월 임대료가 1만원이기에 ‘만원주택’이라고 불린다. 임대인과 동작구가 전세 계약을 맺으면 구청이 선발된 신혼부부에게 원래 보증금의 5%만 받고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2~3억원대 전세 보증금으로 입주 가능한 노후 주택이지만 월세가 사실상 ‘밥 한 끼’보다 저렴한 탓에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구청의 재원이 보증금으로 묶인다는 점은 한계다. 동작구 만원주택 2호의 경우 7곳에 필요한 보증금은 총 18억8650만원이다. 임대료는 구청 출자기관인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의 수익금 지정 기탁금을 통해 환급돼 실제 부담금이 월 1만원이 된다.

최근 동작구 뿐만 아니라 인천, 무안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저출생 극복 및 주거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주택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천은 올해부터 하루 1000원의 임대료를 내는 일명 ‘천원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연간 1000가구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예비 신혼부부와 결혼 7년 내 신혼부부를 최대 6년까지 지원하는 정책으로 매입임대, 전세임대(재임대 방식) 2가지로 운영할 예정이다.

전라남도 무안군은 빈집을 활용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보증금 100만원, 월세 1만원’ 만원주택을 운영 중으로 지난달 2개 동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다.

올해 결혼 예정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혼인·출산이 현실적으로 부담되는 세대로서 환영할 만한 제도라고 본다”면서도 “세금으로 특정 집단을 지원하는 부분이 있고 열심히 일하는 맞벌이 부부가 구청 지원책에서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구청은 예비·신혼부부 지원 측면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동작구 관계자는 “이번 2번째 만원주택의 당첨된 분들 중 절반 이상이 예비 신혼부부로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다가 입주가 결정되며 식을 올린다고 한다”면서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정책의 상징성은 인정하지만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전세사기 및 주택 공급 부족 등 얘기가 나오면서 청년 및 신혼부부 무주택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 시도 중 하나로 보인다”면서 “다만 지방과 달리 집값이 비싼 수도권의 보증금 등에 지자체 재원을 쓰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갈 혜택이 일부 인원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