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돈 빌리기 어려워” 자영업자 ‘온라인 발품’에 대출 핀테크 반사이익 [머니뭐니]

경기 불황 속 온라인 금융 활황
대출 중개 핀테크 ‘핀다’ 1조 돌파


지난해 내수 경기가 침체되자 자영업자들이 은행뿐만 아니라 온라인 대출 상품도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탄핵 정국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 창구뿐만 아니라 온라인 금융 서비스로도 대거 몰리고 있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온라인 대출 중개 업체를 이용하려는 수요 마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대출 1064兆 ‘역대최대’


6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2분기 말(1060조1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4조3000억원이나 더 불어났다. 자영업자 대출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사업자 대출이 711조8000억원, 가계대출이 3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사업자 대출 잔액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은행 대신 온라인 창구로 ‘발품’


이렇다 보니 은행 창구 대신에 온라인 대출 상품을 찾는 자영업자들도 급증했다. 대출 중개·관리 핀테크 기업인 ‘핀다’를 통한 개인사업자들의 누적 대출 약정금액이 지난해 들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사업자대출 상품을 처음 중개한 후로 3년 만에 이용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난 결과다.

특히 지난해 개인사업자들이 대거 몰렸다. 작년 핀다의 사업자대출 신청 건수는 2023년보다 2배(101%)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48% 급증한 수준이다. 핀다 전체 대출 신청 건수를 기준으로 개인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15.1%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직장인 비중이 66.7%에서 66.2%로 소폭 줄어든 것과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핀다가 중개하는 사업자대출 상품도 지난해 15개로 늘어나며 전년(8개)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핀다 측은 “지난해 대출 규제가 심해지고 공급 환경이 위축되면서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대출 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난해 대출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은행 창구 대신 핀다로 발걸음을 옮긴 결과”라고 했다.

인터넷 뱅킹으로도 온라인 ‘발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조26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967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1월까지 개인사업자 대상 누적 대출 공급액은 2조5000억원을 넘겼다. 2022년 11월 개인사업자 뱅킹을 출시한 후 2년 만에 최근 사업자 고객도 100만명을 돌파했다.

꽁꽁 얼어붙은 ‘지갑’…내수 경기 회복도 요원


문제는 탄핵 정국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0%로, 2분기(1.50%)보다 0.20%포인트(p) 높아졌다. 1.70%는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고, 한은 조사 결과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88.4)도 11월보다 12.3p나 급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 대출자가 늘어난 데 유의해 채무 상환 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어가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의 경우 적극적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으로 재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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