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트럼프 2기’ 구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론 머스크가 유럽 주요국의 정치에 간섭하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CNN,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유럽 정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독일 뿐 아니라 영국 등이 경계심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독일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 지지를 연일 표명하며 독일 정치권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머스크는 지난달 20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AfD는 독일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독일 일간 디벨트의 일요일판 ‘벨트 얌 존타크’에 기고문을 내고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으며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정치에 대한 발언도 적지 않다. 지난 2일엔 2012년 맨체스터 지역에서 파키스탄계 갱단이 벌인 미성년자 성 착취 사건을 언급하며 “그때 왕립검찰청 수장이 사건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당시 왕립검찰청 수장은 지난해 7월 영국 총리에 취임한 키어 스타머였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해 11월 영국 집권당인 노동당이 세수 확보를 위해 2026년부터 농지 상속에도 일부 과세키로 하자 “완전히 스탈린식”이라며 비난했다.
지난해 8월엔 한 이민자 가정 출신 청소년이 벌인 흉기 난동으로 어린이 세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영국 전역에서 반(反) 이민 폭동이 벌어지자 “영국에서 내전은 불가피하다”고 했었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선동적’이라고 했고,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머스크가 돈·기술 인터넷 통제력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공격한다”고 비난하며 머스크의 내정 간섭 발언에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영국·독일 등 유럽 내 일부 매체들도 “머스크가 대놓고 유럽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 팔로워만 2억명이 넘는 영향력 있는 인사이자 ‘트럼프 2기’에서 국가효율부 수장을 맡으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머스크의 발언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CNN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며, 특히 정부효율부 수장의 공식적인 권한이 아닌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그의 발언은 영국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극우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의 나이젤 패라지 대표는 머스크가 영국개혁당에 기부하는 것에 대해 협상 중이라고 주장하며 파장이 일었으나, 5일 머스크는 엑스에 “개혁당은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해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패라지를 지지하고 함께 사진을 촬영하며 친분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머스크가 지지 의사를 밝힌 반이슬람 강경주의자 토미 로빈슨(스티븐 약슬리) 잉글랜드 수호 연맹 창립자의 입장엔 거리를 두면서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