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악재…사업구조 개선 필수
지난해 혹독한 불황으로 분기 기준 조단위 영업적자를 기록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4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대내외 사업환경이 격변하며 ‘기름집’으로 통하는 정유사들은 ‘비(非)정유’ 신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본격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중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46억원, 1756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4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던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앞서 정유 4사의 작년 3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1조4592억원이었다. 이는 정유사 수익성의 가늠자인 정제마진 급락에 부진한 수요가 겹친 탓이다.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가·운임 등 비용을 뺀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 평균 7.3달러였는데, 2분기 3.5달러, 3분기 3.6달러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엔 고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비상계엄 발표 직전인 작년 12월 3일 1402.9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달 30일 1472.5원까지 치솟았다. 새해에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탄핵과 정치 리스크 등이 더해지며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유업계는 새해 ‘트럼프 2기’ 출범 및 탈탄소 흐름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는 트럼프 시대가 마냥 기회만 널린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 향후 원유가 하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원료 도입 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원유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제품 가격 변동성으로 정제마진이 늘지는 확신할 수 없다.
탄소중립 추진과 에너지전환의 시대적 흐름도 장기적인 과제다. 정유업계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구조적 변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지속가능항공유(SAF), 재생합성연료(E-fuel), 바이오선박유, 액침냉각 등 신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사용 의무화를 추진하는 친환경 연료 SAF가 화두다. SAF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지난해 6월 SAF 일본 마루베니 사를 통해 일본 ANA 항공사에 공급한 바 있다. 이는 SAF의 내수, 수출 모든 채널에서 상업 판매로는 국내 최초다. 당시 유럽연합 인증을 받은 ISCC EU 방식의 제품을 수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상업 생산을 목표로 SK울산콤플렉스(CLX) 내 전용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 GS칼텍스도 핀란드 네스테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대한항공과 SAF 시범 운항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폐기물 기반 바이오연료 실증 사업을 추진하며, 국제 SAF 인증을 획득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