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스크럼’ 유죄 판단 있어
위법성 조각·영장 무효 어려울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공수처 수사관 등이 내려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대통령 경호처가 ‘인간벽’을 세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박종준 경호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내란죄 등으로 입건하면서 경호처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동조합 등이 체포영장·구속영장 집행을 방해하기 위해 인간벽(스크럼)을 세워 저항한 경우 공무집행방해 또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하급심 선례가 다수 존재한다.
2015년 서울고등법원은 민주노총 관계자 A씨가 당시 민주노총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100여명의 노조원들과 건물 안팎에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 경찰관들의 접근을 막았다. 서울고등법원은 “경찰관들에게 간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해 형사사법 작용을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직접적인 폭행이 없어도 노조원들이 세운 ‘인간벽’을 ‘유형력 행사’라고 인정한 것이다.
2010년 서울남부지방법원 또한 영장 집행을 위해 본사 진입을 시도하는 검찰수사관을 방해한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법원은 “조합원 100명이 서로 팔짱을 낀 채 스크럼을 막아선 사실, 수사관들이 영장집행을 위해 진입하려 하자 6~7회 가량 몸싸움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공무원에 대한 적극적인 행위로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했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의 1차 저지선과 서울경찰청 소속 202경비단의 2차 저지선을 뚫고 관저 인근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관저 200m 앞에 포진한 경호처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 당시 경호처는 버스, 승용차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경호처 관계자 200여명이 스크럼을 짜 인간벽을 세웠다.
박 처장은 지난 5일 경호처의 대응은 “법 집행 방해가 아니다”며 입장문을 냈다. 박 처장은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현직 대통령으로 법이 정한 경호를 받고 있다”며 “체포영장 집행에 경호처가 응하는 것은 대통령 경호 포기이자 직무 유기”라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직무가 정지된 것 일뿐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따라 막았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경호처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경호법상 경호는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는 것’을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경호법을 근거로 일종의 ‘정당방위’를 행했다는 논리”라며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위해’라고 보기는 힘들어 위법성이 조각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 체포영장이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도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장 전담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고 법원에 제기한 이의신청도 기각됐다. 현재로서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체포영장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누적될수록 경호처에 불리해진다. 체포영장이 재집행 되고 향후 구속영장까지 청구될 경우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했다. 법원이 1차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윤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해 2차 판단까지 내려 ‘영장 무효’라는 주장 자체가 힘을 잃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