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 앞둔 롯데렌탈 변수
종합 물류 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롯데그룹에서 기업공개(IPO)로 전환하는 계열사 등장은 2021년 롯데렌탈 이후 4년여 만이다.
롯데렌탈은 상장 후 줄곧 주가 부침을 겪다가 매각을 앞두고 있다. 그룹 내 상장사 밸류업에 소홀했던 이력은 후발주자인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에 부담 요소로 꼽힌다.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요구되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공모에 흥행할지 주목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13일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FI는 소유 지분 전량을 롯데지주나 호텔롯데에 다시 팔 수 있는 풋옵션 효력이 시작된다. FI는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약 21.9%를 소유 중이다.
롯데그룹은 FI의 풋옵션을 피하려면 올 4월까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를 완주해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27일 거래소로부터 코스피 상장 적격 통보를 받았다. 늦어도 내달 안에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본격적으로 IPO를 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공모 과정에서 FI 지분 전량을 구주매출로 정리할 예정이다. 롯데지주 측에서 재무 부담을 줄이려면 FI의 요구수익률을 맞추면서 상장 몸값을 설득해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가가 FI의 풋옵션 행사가격보다 낮게 확정되면 부족분은 롯데지주 측에서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조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시장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 FI로 합류한 에이치PE의 투자 단가가 시장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당시 FI는 지분 취득에 약 2790억원을 투입했으며 이를 고려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전체 지분가치는 8800억원대에 달했다. 투자 기간이 7년을 경과한 만큼 기대수익률도 높아졌다.
내부수익률(IRR) 20% 안팎을 목표로 하는 PE 특성을 감안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장 몸값은 조 단위가 요구된다. 다만 피어그룹으로 지목되는 상장 물류 기업인 CJ대한통운, 한솔로지스틱스, 태웅로직스 등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6배에 그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 추정치 460억원에 단순 대입하면 3000억원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등은 촘촘한 밸류에이션이 요구되고 있다.
가장 최근 롯데그룹에서 배출한 상장사 롯데렌탈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렌탈은 2021년 8월 코스피에 입성했다. 공모가는 5만9000원이었으나 상장 이후 한 차례도 공모가를 지키지 못했다.
상장 후 줄곧 주가 하락을 겪다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 등은 경영권 지분을 시가 대비 2배 높게 매각을 결정한 상태다. 지배주주 지분 매각가는 주당 7만원대에 달하는 반면 현재 롯데렌탈 주가는 2만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렌탈 매각은 50% 이상의 지분이 처분된 사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인정할 수는 있다”라며 “다만 상장 후 주가 관리가 안됐던 경험이 있는 점은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