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갑자기 못 걸어요” 검사해보니 독감…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경고’

6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 전문병원이 진료를 보려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독감이 8년 만에 최대 규모로 유행하고 있는 데 대해 7일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들이 하나같이 증상이 심하다”며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할 것을 당부했다.

남궁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팬데믹(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그동안 잠잠하던 바이러스들이 한 번에 유행하고 있다. 체감상으로는 전국민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할 수 없던 그 마지막 시기를 보는 것 같다”며 독감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실 환자나 전화 문의의 절반은 독감과 관련된 것”이라며 환자들의 증세도 심각하다고 알렸다.

독감은 39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고, 오한 등 몸살과 기침, 가래,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남궁 교수에 따르면 최근 “아버지가 걸음을 못 걸으신다”, “할머니가 뇌졸중이 있었는데 좌측 상하지의 힘이 더 약해졌다”, “친구가 기절했다”, “요로 감염이 재발한 것 같다”, “구토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 등의 증상을 호소한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모두 독감이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심야에 발열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내원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전 코로나19에 비해 폐렴으로 진행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는 급성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평소 건강했던 30대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남궁 교수는 “희망이 있다면 이번 독감은 이전에 유행하던 것들”이라며 “몇 주 정도는 더 유행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독감이 유행한다고 하던 일을 멈출 필요까지 없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면 된다”며 ▲컨디션 관리를 잘 하고 ▲평소처럼 위생에 신경 쓸 것 ▲따뜻한 물을 마실 것 ▲예방 주사를 맞을 것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방문할 것 ▲나아질 때까지 약을 챙겨 먹고 휴식을 취할 것 ▲주변 노약자가 위기에 처했다면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등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마지막 주(12월 22∼28일) 전국의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가운데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를 나타내는 독감 의사환자(ILI) 분율은 73.9명으로, 1주 전 1000명당 31.3명에서 약 2.41배(136%)로 급증했다.

예년 인플루엔자 유행 정점 때의 의사환자 분율과 비교해보면 2016년 86.2명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아울러 겨울철에 주로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도 같은 기간 기준 5주 사이에 약 3.6배 증가(261명) 늘어나면서 방역당국이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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