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자 기업, 전년 대비 실적 개선 예상
‘조선업 호황’ HD현대중공업 등 호실적 기대
업황 부진 유통기업, 비용 절감으로 개선 관측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10대 그룹 내 대표 기업의 올해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들 10개 기업 중 9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황이 나아지며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장밋빛 전망 사례가 있는 반면, 비용 절감이나 인력 축소로 이익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 등 실적 개선의 이유는 다양했다.
6일 본지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재계 10대 그룹(농협 제외)의 대표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LG전자·롯데쇼핑·포스코홀딩스·한화솔루션·HD현대중공업·GS·이마트)의 2025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집계한 결과, 10곳 중 9곳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게티이미지 |
국내 재계 4대 그룹의 전자·반도체 업종의 대표 기업들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10% 이상 늘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일부 기업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다른 기업은 연간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희비가 갈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새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322조200억원, 영업이익 39조80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실적 추정치(매출액 303조749억원, 영업이익 34조8058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6.3%, 1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석달 전과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는 336조원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0조원대였는데,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경우 2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의 부진 우려 때문이다. 범용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중국이 물량 공세를 펼치는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가 올라 반도체가 들어서는 완제품 수요가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HBM 기술 경쟁력 부족 등도 우려 요인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계속 하향되며 8조원대 수준에 그친다. 메모리 부진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의 조단위 적자가 지속되며 DS부문 실적은 전분기 대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새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3조7249억원, 영업이익 34조30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추정치 대비 각각 26.7%, 45.3% 급증한 수준이다. 글로벌 HBM3E 출하 비중 확대, HBM3E 12단 시장에서의 선두 업체 지위 유지 등에 힘입어,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확대가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을 상쇄시킬 수 있단 분석이다.
LG전자의 새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91조1232억원, 영업이익 4조14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실적 추정치와 비교해 각각 4.1%, 11.1% 늘어난 수준이다. 주력인 가전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가전 및 TV부문 수익성 악화, 트럼프 정권 하 관세 이슈 등으로 비용 증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서열 3위인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15조544억원)는 전년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0.6%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비중을 높이고 해외 주요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며 실적 개선을 꾀해왔다. 다만 새해에는 주력 시장인 미국 내에서 관세 인상 추진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해군에 인계돼 출항 중인 충남함의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
중후장대 업종 등에 속한 기업들의 새해 실적 전망도 밝았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10곳 중 영업이익 전망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 회사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6조2720억원, 영업이익 1조23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적 추정치와 비교하면 매출 12.5%, 영업이익 84.7%의 상승이 예상됐다.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는 연이은 훈풍으로 사업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실적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와 선박 가격 상승기조에 따른 초호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의회는 자국 조선업 강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선박법’을 발의했다. 조선업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신조선가지수는 작년 1월 162.51포인트에서 계속 오르며 12월엔 189.16포인트를 기록, 2008년의 최고점(191.58포인트)에 가까워졌다.
한화솔루션은 새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2조7266억원, 영업이익 61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매출 11조5438억원, 영업손실 3863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케미칼과 신재생에너지 부문 실적 부진으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케미칼 부문의 경우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디고,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단기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개발 자산 매각 등으로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
철강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실적 컨센서는 매출 76조536억원, 영업이익 3조600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실적 추정치 대비 각각 3.4%, 26.8%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따른 철강 수요 약화 우려 속 고환율에 철강 부문 수익에 제한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향후 중국 경기부양에 따른 철강 수요 개선이 기대된다. 중국의 철강 수요가 늘면, 이는 중국 철강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철강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다.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이마트 제공] |
유통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은 불황 속 전력투구를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마트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0조4508억원, 영업이익 3036억원이다. 이는 전년 실적 추정치 대비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74.2%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불황 속 비용 절감에 따른 실적 개선일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023년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본 이마트는 허리띠를 졸라매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비용 절감 및 사업부 인력 조정 등으로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동성 우려가 나왔던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유통업계 불황 속에도 쇄신을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백화점과 마트는 부진 점포 정리에 속도를 내고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4조3572억원, 영업이익 6069억원이다. 전년 실적 추정치와 비교하면 각각 1.6%, 12.4%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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