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회장 “美 위법한 정치 개입…US스틸 인수불허 수용못해”

일본제철 회장인 하시모토 에이지가 2019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기자회견서 수용불가 의사 공식화
일본제철 회장 “美日에 매우 유익…절대 포기 안해”
“US스틸 인수 대안 머릿속에 없어…美정부 대상 소송 승소 기회 있어”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한 가운데,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7일 밝혔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하시모토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불허 명령과 미 정부 심사의 무효를 요구하는 불복 소송 등을 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본건은 당사 경영 전략상 매우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정부에도 매우 유익하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의 기술과 상품을 투입해 현재 미국에선 충분히 만들 수 없는 강재도 만들 수 있게 된다”며 “나아가 미국의 국가 안전보장 강화에도 이바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미국에서의 사업 수행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12월 총 149억달러(약 21조7000억원)를 투자해 US스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 조강 생산량 순위에서 일본제철은 세계 4위, US스틸은 24위였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미국철강노조(USW)가 반발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유력 정치인들이 잇따라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해 “국가 안보와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30일 이내에 인수 계획을 포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두 회사에 명령했다.

이에 일본제철은 전날 US스틸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과 인수 계획을 심사한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상대로 불허 명령 무효화와 재심사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미국 철강기업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데이비드 맥콜 미국철강노조(USW) 위원장 등이 US스틸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위법 활동을 했다고 판단해 이들을 대상으로 위법 활동 중지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별도 소송도 냈다.

일본제철은 소송 이유에 대해 “위법적이고 부적절한 정치적 개입과 반경쟁적 방해를 받지 않고 인수 계획을 추진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HK는 “일본 민간기업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으로 싸우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이례적인 사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선 정부와 언론까지 가세해 미일 동맹을 흔드는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하는 등 연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산업계에서 미일 간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응을 미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제철은 올해 6월까지 인수를 완료하지 않으면 US스틸에 5억6500만달러(약 8240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어 당분간 인수를 위해 총력전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본제철이 추진하는 소송전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승소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이달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6일 소셜미디어(SNS)에 “관세가 더 수익성이 있고 가치가 있는 회사로 만들어줄 텐데 왜 지금 그들은 US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며 재차 반대의 뜻을 나타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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