證 예상 영업익 꾸준히 하향…주가 작년 최고점比 -36.9%
“밸류 매력 부각 시점” vs “AI 경쟁력 의구심 여전”
연초 外人 지분율 50.45%…“HBM 성과 증명, 파운드리 회복 선결 과제”
[게티이미지뱅크, 신동윤 기자 제작]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돈 2024년도 4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증권가에선 이미 예상됐던 부진이 바닥까지 내려간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향후 반등을 노린 ‘저가 매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과 동시에, AI 반도체 관련 기술 부진이란 선결 과제를 해소해야만 본격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삼성전자는 2024년도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6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으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2024년도 4분기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2105억원이다. 실제 결과치는 전망치에 비해 20.83%나 낮은 수준에 그친 것이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성적 부진이 이미 예견된 결과였지만, 실제 수치가 훨씬 더 충격적인 수준이라 평가한다. 지난 8월 말 기준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작년 4분기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4조692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9월 말 12조5540억원, 10월 말 11조549억원, 11월 말 9조7338억원으로 꾸준히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전망은 그동안 투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 7월 10일 종가 기준 8만7800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5만5400원)까지 36.9%나 내려앉았다.
이날 삼성전자의 성적이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수개월에 걸쳐 예상됐던 충격이 이미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실적 악화에 따른 추가적인 하방 압력 가능성이 제한되고, ‘저가 매력’을 활용해 비중 확대에 나서려는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 수준은 ‘역사적 저점’”이라며 “올해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인 데다, 낮은 기저에 따른 메모리 믹스의 점진적 제고 예상 등 실적 하향 리스크가 안정되기 시작한 단계”라고 짚었다. 이어 “점진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로 예상되는 실적 저점을 무사히 통과할 경우, 올해 2분기부터는 실적과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5년도 1분기를 지나면 D램과 파운드리가 전사 실적의 반등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D램은 유통재고 건전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사업의 본궤도 진입으로 인해, 파운드리는 엑시노스 및 이미지센서(CIS) 가동률 상승에 따라 영업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하는 등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HBM 중심의 업사이클에서 소외된 것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주요 요인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 속에, 해당 사업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할 돌파구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은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AFP] |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50’ 시리즈용 블랙웰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GDDR7’을 적용했다고 발언한 이후 전날 장중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 전환한 것은 투자자의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이어 퐁텐블루 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황 CEO가 삼성전자의 HBM 개발 과정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테스트 중이라고 한 점과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투자자의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는 재료라는 게 증권 업계의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랠리 ‘대장주’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공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를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 마이크론에까지 밀린 모양새가 연출된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의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는 재료가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실적에 이어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는 상황은 수급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큰손’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 여부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진단이 이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장 초반 ‘순매수세’를 기록 중이던 외국인 투자자는 젠슨 황 CEO의 발언 이후 팔자세로 전환, 494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다만, 새해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심은 총 4거래일 중 2·7일은 순매도세, 3·6일은 순매수세를 보이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누적 기준으론 301억원 순매수세다.
작년 하반기 초강력 순매도세를 보인 결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3일 종가 기준 50.45%로 1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이들이 되돌아오지 않고선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주가 반등 국면을 맞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작년 11월 계획 발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방어는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확실한 삼성전자 주가 반등을 위해선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이 회복되는 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정치적 리스크 발(發)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차세대 HBM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한 기술력 제고로 삼성전자의 자체적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선 투심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는 구간으로 판단되나 박스권을 돌파할 재료도 부재하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HBM 성과 증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률 회복 등 기술력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