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도 불도저로 가차없이 밀었다” 대형화재에 소방차 앞길 막은 차량 최후

7일(현지시간) 퍼시픽 팰리세이즈 산불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불도저를 동원해 거리에서 버려진 차량을 치우고 있다 [zuma press wire]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부촌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크리스 프랫, 리즈 위더스푼, 마일즈 텔러 등 할리우드 A급 스타들의 거주지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 산불이 발생해 주민 3만명이 대피 명령을 받았다.

이 지역에 사는 배우 제임스 우즈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맹렬한 불길이 주택 여러 채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잇달아 올리면서 “모두가 안전하게 빠져나오길 바란다”, “나는 지금 떠난다”고 썼다.

배우 스티브 구튼버그도 지역방송 KTLA 인터뷰에서 차를 타고 대피하려고 했지만, 산불이 너무 급속히 확산하고 도로에 차들이 몰려 체증이 빚어진 탓에 대부분 차를 도로에 두고 걸어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피명령 후 주민들이 버리고 간 차량들 [EPA]

주간고속도로 제10호선 일부 구간과 퍼시픽코스트 고속도로는 산불 진압에 필요한 차량 외의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주민들은 차량을 타고 대피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차량이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빚어지자 도로에 차량을 버리고 떠났다.

시는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불도저를 동원해 버려진 차량을 도로에서 치웠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불도저가 BMW,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등 승용차를 가차없이 길가로 밀어버리는 모습이 담겼다.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길을 막지 마십시오. 이것은 소방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라는 긴급 경고를 반복했다.

7일(현지시간) 퍼시픽 팰리세이즈 산불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불도저를 동원해 거리에서 버려진 차량을 치우고 있다 [NBC뉴스]

목격자들은 퍼시픽 팰리세이즈 서쪽에 있는 토팡가 캐니언의 언덕에서 사람들이 도망쳤고, 주택이 불탔으며 불길이 차량까지 번질 뻔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인 켈시 트레이노어는 집 근처 지역에 재가 떨어졌고 그곳에서 나가는 유일한 도로가 막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기들과 애완견, 가방을 들고 내렸다”며 “그들은 울부짖고 있었다”고 대피 상황을 설명했다.

산불을 피해 대피하는 주민들 [AP]

또 다른 주민인 니나는 딸, 그리고 작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차를 몰고 나올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데일리메일에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도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목숨을 건지기 위해 달리고 있다”며 “남자가 구찌 가방 두 개와 화분을 들고 달리고 있었다. 재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불이 급속히 번진 것은 LA 일대에 분 돌풍 탓으로 지목된다. ‘샌타애나’로 불리는 이 강풍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불어오는 국지성 돌풍으로, 가을과 겨울에 자주 나타난다.

기상 당국은 앞으로 8일까지 최대 시속 160㎞에 이르는 강풍으로 인해 산불이 더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런 강풍으로 전선이 끊어지거나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 캠핑카 등이 전복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불타는 집 앞에 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소방관 [EPA]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LA 동쪽의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새 국가기념물 설립을 발표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 지역의 강풍으로 인해 해당 일정을 연기했다.

아마존과 MGM 스튜디오도 배우 제니퍼 로페즈의 새 영화 ‘언스토퍼블’ 개봉을 미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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