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될까” 담배 금단증상 극복…파킨슨병 치료제가 해낸다

- KIST, 뇌의 콜린성 중간뉴런이 금단증상에 미치는 영향 규명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2% 이상이 담배를 피우며, 매년 900만 명이 넘는 흡연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금연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치료법이 필수적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질환연구단 임혜인 박사 연구팀은 담배 금단증상을 조절하는 새로운 뇌 부위와 신경 기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파킨슨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약물에서 담배 금단증상을 완화하는 효능을 발굴해 치료 가능성을 높였다.

담배를 끊으면 뇌 특정 부위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손 떨림 및 활동저하와 같은 신체적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흡연자가 다시 담배를 찾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니코틴 금단증상 발생 시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뇌의 선조체 영역 내 콜린성 중간뉴런이 금단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생쥐 실험을 통해 선조체 콜린성 중간뉴런의 나트륨 통로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신경세포 활성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 니코틴 금단으로 인한 손 떨림 증상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최신 다중전극어레이(multi-electrode array)를 통해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가 비정상적인 신경 활동 변화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미세투석(microdialysis) 실험에서는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를 통해 니코틴 금단으로 20% 이상 감소됐던 선조체 도파민 분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FDA에서 이미 승인된 파킨슨병 치료제인 프로싸이클리딘(procyclidine)을 니코틴 금단 치료제로 활용할 가능성을 검토했다. 프로싸이클리딘은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 효과를 모방할 수 있어 니코틴 금단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을 완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임혜인 KIST 박사.[KIST 제공]


특히 니코틴 금단을 유도하기 전 생쥐에 프로싸이클리딘을 저용량으로 1회 투약한 결과, 금단증상인 손 떨림이 50% 이상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을 활용해 니코틴 금단 치료를 제시함으로써 임상시험 기간을 크게 단축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금연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혜인 박사는 “금연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금단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저해를 줄이고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 외에 추가적인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니코틴을 포함한 다양한 중독 문제를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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