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미국에 제철소 건설 검토…“차량용 강판 공급·관세 대응 차원”

내년 초 부지 확정…2029년 완공 구상
고로보다 전기로 가능성 높을듯
HMGMA, 차량용 강판 수요 대응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도 준비가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 차량용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 건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신 공장인 ‘현대자동차그룹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 건설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용 강판을 더욱 유기적으로 공급하면서, 관세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약 10조원 안팎의 비용을 투입하는 제철소 건설을 추진한다. 부지는 루이지애나·텍사스·조지아 등 미국 남부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에 들어가고 오는 2029년께에는 제철소를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기아 공장이 위치한 앨러배마와 조지아에 차량용 강판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생산된 제품을 차량용 강판으로 잘라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미국 현지에 전기로가 신규 건설될 경우, 실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제강 작업이 이뤄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로는 철강 슬래그(철강 생산 공정에서 생기는 찌꺼기)나 스크랩(고철)에 전기를 가열해 만든 열을 가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철을 생산하는 친환경 시설이다. 차량용 강판 등 고급강의 생산이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지만, 현대제철은 전기로를 통해 고급강을 생산하는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 전기로를 준공하게 될 경우, 다방면에서 쓰임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까지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확정되지 않았다. 투자 액수를 고려할 때 최소 수백만t 수준이 될 것으로 유력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건설이 이뤄질 경우 전기로의 건설이 유력하지만, 투자 금액이나 시기, 생산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결정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 대신 연간 268만t 규모의 수입 쿼터제를 도입한 바 있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은 이 쿼터 제도를 적용받아 268만t까지만 무관세가 적용되고 그 이상의 규모에는 관세를 부과받는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도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거점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지 지역에 투자해 무역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세밀한 검토를 하는 단계”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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