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점유율 8년래 최저’ K-조선…‘선별 전략’ 흔드는 中·日

작년 K-조선 글로벌 점유율, 17%…중국과 격차 벌어져
고부가 선박 ‘선별 수주’ 전략도 “중국, 일본 추격 무시 못해”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한국 조선업 글로벌 점유율이 8년 만에 최저치인 10%대를 기록했다. 중국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 조선 업체들이 최근 ‘슈퍼사이클’을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기술력을 키워오고 있는 있는 중국 및 일본의 추격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K-조선 점유율 8년 만에 10%대


9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17%(1098만CGT·250척)을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나라는 중국으로, 70%(4645만CGT·1711척)였다.

조선 업계가 ‘슈퍼 사이클’을 맞으면서 전체 수주량도 늘어난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 격차는 벌어졌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6581만CGT(2412척)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수주량은 9% 늘어난 반면, 중국은 58% 대폭 늘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이 10%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조선업이 불황이었던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점유율 하락을 단순히 부정적 지표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는 게 조선 업체들 입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 대당 가격이 약 2억6000만달러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이다. 천연가스를 액체화시켜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인 뒤 운송하기 때문에 운반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LNG선으로 좁혀서 보면 지난해 3·4분기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60%로 글로벌 1위였다.

‘물량공세’ 중국 ‘기술력’도 추격…일본도 무시 어려워


관건은 한국이 이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의 입지를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다. 최근 한국 조선 업계의 최대 위험 요인은 중국의 기술력 추격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중국이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어서다.

그간 중국의 수주 전략은 기술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낮은 임금과 기자재 가격 및 정부 투자 등에 힘입어 낮은 가격에 컨테이너선을 대량으로 수주하는, 이른바 ‘저가 물량 공세’를 펼쳐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기술력 면에서도 한국을 쫓아오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LNG선 건조 기술력을 꾸준히 높여온 중국은 4년 여전부터 본격적으로 수주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 조선 업체 후둥중화는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LNG선을 24척 수주했다. 총 수주 가격은 8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했다. 단일 선박 수주액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일본 역시 기술력을 키워오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한때 조선업 강국이었으나 1980년대 불황 당시 선두 자리를 한국과 중국에 내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부 주도로 다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조선협회에 따르면 일본 조선 업체들은 지난해 10월까지 소형 LNG선 12척을 수주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액화 수소를 다루는 기술만으로 보면 일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대응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LNG선도 ‘공급과잉’…용선료 떨어져


LNG선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선 용선료는 하루당 4만600달러(약5839만원)으로, 2년 전인 2022년 12월 23만3000달러(3억3510만원) 대비 5분의 1로 떨어졌다. 용선료는 해운사가 배를 빌릴 때 지불하는 비용이다.

반기별 LNG선 용선료를 보면 ▷2023년 6월 16만1000달러 ▷2023년 12월 10만1500달러에서, ▷2024년 6월 8만3500달러로 하락세가 계속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며 LNG선 확보 경쟁이 일며 LNG 수요와 함께 용선료도 올랐으나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5년 사이 LNG선 용선료가 4만 달러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양종서 연구원은 “현재 LNG선 용선료는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선 손익분기점 기준을 통상 5~6만 달러로 본다.

업계에선 이 같은 LNG선 용선료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보면 LNG선도 현재 공급 과잉 상태로, 용선료가 오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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