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내에서 포착된 ‘윤석열 대통령 추정’ 남성. [오마이TV ] |
경찰특공대 헬기 투입 등 체포 시나리오 무성
[헤럴드경제=박준규 이용경 기자]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온갖 상상력과 말이 무성하다. 이 와중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방어막’은 시시각각 두터워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시점·방식에 관해선 묵묵부답이다. 대테러 조직인 경찰특공대 투입까지 공공연히 거론되는 와중에, 윤 대통령 측에선 “차라리 기소해라”라고 나오면서 수사기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도피설’이 불거졌다. 전날 오동운 공수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대통령이 현재 관저에 머물고 있는지 정확히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이미 용산을 빠져나와 제3의 장소에 도피했단 제보를 받았다”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체포 대상이 공관을 비운 상태라면, 체포영장 집행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
경찰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계속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관저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구체적 소재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피설이 확산하자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도피설은 황당한 괴담”이라면서 “어제 저녁, 관저에 가서 대통령을 뵙고 나왔다”며 반박했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공조수사본부 차원의 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오마이TV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이는 남성이 관저 입구 근처에 등장했다”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선 온갖 ‘시나리오’도 넘쳐난다. 장갑차, 헬기를 앞세워 경찰 특공대 전력을 투입하거나 2박3일 장기간 체포전을 펼치는 아이디어 따위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특공대 투입을 상정하고 준비하거나 (본청 등에서) 지시가 내려온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말들만 무성해지는 형국이다. 공수처와 특수단의 수사 담당 실무자와 책임자들은 매일 체포영장 집행 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포함해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무산과 관련해 질타받고 있다. [연합] |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체포 자체를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공수처 체포영장의 위법성도 반복해 언급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대신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받은 체포영장엔 응할 수 없다는 논리다. 더불어 2차 체포 시도에도 비협조로 일관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한남동 관저에는 버스 가림막과 철조망이 설치됐다. 철문에는 쇠사슬이 내걸린 모습도 포착됐다. 날마다 체포 집행을 막기 위한 장애물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공수처와 경찰이 전력을 보강해 다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대도 성공할 보장은 없다.
오히려 대통령 측은 수사는 ‘패싱’하더라도 재판엔 나서겠다는 새로운 옵션을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대통령을) 기소하거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서 넘겨받은 대통령 관련 수사자료와 자체 수사한 내용이 있다. 대통령을 대면해 진술을 확보하진 못했으나, 기록에 기반한 수사 내용만으로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순 있다. 하지만 공수처와 경찰 입장에선 난감한 선택이다. ‘어차피 붙잡지도 못할 것을 시끄럽게 생색만 낸 거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일 수 있어서다.
특히 공수처 입장에선 거센 ‘무용론’에 시달릴 수 있다.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위에 돌아간 이후 경찰에 ‘추후 영장집행을 일임한다’고 했다가 경찰이 난색을 보이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오동운 처장도 전날 국회에 나가 “2차 집행 마지막 각오로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만큼 새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써먹지도 않고 물러서진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