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민관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CEO들, 위기 극복 위한 노력 강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겸 한국화학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8일 ‘2025년도 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박혜원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주요 기업 대표들은 올해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최근 정부가 내놓은 지원 방안과 관련해선 기업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겸 한국화학산업협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년도 화학산업 신년인사회’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도 우리 산업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협력해 돌파구를 만들어간다면 현재의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뱀처럼 기민하고 예리한 감각으로 위험을 감지하며 과감히 옛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면 우리 화학산업은 또 한번의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신 회장은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선 “정부와 업계가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대해 공동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며 “업계는 원가 절감 방안 등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는 제도적인 세제혜택·금융지원대책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석화 기업의 사업 매각,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 등 사업 재편 유인을 위한 지원이 골자인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회사 신년사에서 밝힌 ‘자원의 효율적인 투입’과 관련해선 “캐팩스(CAPEX·자본적지출) 투자가 수요에 맞게 조율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비용 효율화는 꾸준히 추진하고 있었다”고 했다. 올해 여수 NCC 2공장 매각 계획에 대해서는 “전략적 옵션을 다각도로 업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만 했다.
석화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단 조언도 나왔다.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본지와 만나 “시장이 작년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업계가) 협력을 해도 한국은 시장이나 피드를 갖고 있지 않은데 구조적 경쟁력이 (단기간에)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둑 9급 10명이 모인다고 1급이 되겠나”라며 “이런 점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업계가 중국발 범용 화학제품 과잉생산 등으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는 현 상황의 타개가 어렵단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나프타분해시설(NCC) 부문을 통합해 만든 여천NCC와 관련해선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할 것”이라며 “주주로서 해야될 일이 있으면 할 것이며, 근본적으로 도움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정복 금호피앤비화학 대표도 본지에 올해 시장 상황에 대해 “공급과잉, 수요 축소, 세계 경기 침체 등이 겹쳐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사업이 고도화되고 새로운 산업 부가가치가 나와야 한다”며 “정부 지원은 힘은 되겠지만, 기업들이 노력을 해서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년도 화학산업 신년인사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
한편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신학철 회장을 비롯해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 남정운 한화솔루션 사장,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주요 업체 대표들은 서로에게 위기 극복을 독려했다.
이영준 사장은 “석유화학 업계가 경쟁력을 가진 부분도 많다”며 “목표를 잘 정하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여천NCC 사장은 “오랜시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치고 힘들겠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올해 변화의 모멘텀을 만드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승구 KPX케미칼 대표는 “미국의 관세·물류비 상승, 중국의 경쟁 같은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이 수직적·수평적으로 서로 협력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