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고물가, 체감물가 수준 여전히 높아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가 지난해 1~11월 전년 동기보다 2%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안 먹고 안 쓰는’ 흐름이 지난해에도 이어졌다는 얘기다.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에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쳐 연말연시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 민생 경제 회복을 올해 핵심 과제로 꼽은 정부는 이달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설 연휴를 계기로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2.1% 감소했다. 2023년 1~11월 1.6% 하락한데 이어 2년째 감소세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소비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소비용 상품을 일반대중에게 판매하는 약 2700개 표본 사업체를 조사해 산정한다. 최종수요자에게 판매한 실적을 나타내므로 실제 소비에 근접한다고 볼 수 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2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0.8% 소폭 반등한 이후 11월까지 줄곧 감소 흐름을 나타냈다. 아직 12월 지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비상계엄·탄핵 사태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 등을 고려하면 연간 수치상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소비 감소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비내구재에서 고루 나타났다. 1년 이상 쓸 수 있고 주로 고가인 내구재 판매액지수는 2.8% 줄었다. 수입승용차(-12.1%)를 중심으로 승용차(-6.5%)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요가 크게 늘었던 전기차가 지난해 화재사고 등에 따라 판매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전제품(-3.0%), 통신기기 및 컴퓨터(-2.4%)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의복(-3.2%), 오락·취미·경기용품(-5.9%) 등 준내구재 판매액지수는 작년 동기보다 3.7% 감소했다.
주로 1년 미만 사용되는 비내구재(-1.3%)는 의약품(4.6%)을 제외한 음식료품(-2.5%), 화장품(-3.7%), 서적·문구(-2.1%), 차량 연료(-0.8%) 등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음식점업과 상품소비를 더한 지수 역시 같은 기간 2.1%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속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상품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초 3%대 안팎을 나타내다 9월부터 1%대에 안착했으나, 오랜 시간 고물가가 누적돼온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비상계엄·탄핵 사태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18.3포인트) 후 최대 낙폭이다.
통계청 나우캐스트를 보면 지난해 12월 둘째 주(7~13일)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년 전보다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사태 전까지 포함하는 직전 주(11월30일~12월6일) 이용액이 7.3% 증가한 데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설 연휴 사이에 끼어 있는 1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