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팔자세 지속…고개든 매도론? 그래도 믿을 건 AI? [투자360]

엔비디아 올해 들어 295억원 순매도
작년 12월 1조 넘게 ‘팔자’…매도론 고개
CES 이후 주가 6%대 급락
美 인플레 우려·CES 루빈 설명 부재 등 영향
AI시장 견조… 모건스탠리 “최고 추천종목”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내투자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비디아를 꾸준히 팔아치우고 있다. 꼬리표처럼 붙는 고평가 우려 속에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둘러싼 기대와 실망감으로 높아진 눈높가 발목을 잡았다. 다만 AI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면서 여전히 올해 최고 기대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투자자는 6일 기준 엔비디아를 2022만달러(295억원)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6억9752만달러(1조241억원) 순매도에 이은 팔자세를 지속했다.

엔비디아는 상반기 국내 투자자 최대 순매수(17억8281만달러) 종목이었지만 하반기 들어 정리 종목으로 간주됐다. 11월(1억2240만달러) 순매수를 제외하면 ▷10월(-4억7935만달러) ▷9월(-1억8334만달러) ▷8월(-8억3333만달러) ▷7월(-4억9843만달러) 등 대거 팔아치웠다.


매도론이 고개를 든 배경으로는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 생산 지연 우려와 후속작 ‘루빈’(Rubin)에 대한 추가 설명 부재가 꼽힌다. 전날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8년 만에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기조연설에 나선다는 기대감에 엔비디아는 6일(현지시간) 3.4% 오르며 최고가(149.43달러)에 마감했지만 CES 이후 7일(현지시간) 6.2% 하락하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7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685%에 마감하며 증시 전반에 부담을 주기도 했지만 CES에서 루빈에 세부적인 설명이 없던 점은 큰 폭의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벤치마크의 코디 애크리 분석가는 “(CES에서)2026년 출시가 예정된 ‘루빈’ 아키텍처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해 실망감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23분기 실적발표에서는 설계상 결함 등에 따른 블랙웰 생산 우려가 내내 발목을 잡았다. 주가는 작년 4분기 동안 130~140달러대 박스권에 갇혔다.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실적 증가세 둔화는 실망감을 키웠다. 지난해 3분기 엔비디아 매출은 전년 대비 94% 증가했지만 앞서 3개 분기 동안 기록한 매출 증가 속도가 각각 122%, 262%, 265%로 가팔랐던 탓에 성장세 둔화로 풀이됐다. 지난해 주가가 급등하면서 불거진 고평가 우려도 기저에 깔려있다.

엔비디아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묶인 국내 반도체 종목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황 CEO가 블랙웰 기반 차세대 GPU에 미국 최대 D램 업체 마이크론을 탑재했다는 소식에 장중 하락 전환했다. 7일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489억원(1위), 169억원(3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강세 관측이 나온다. 명실상부 AI 선도기업인 데다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고객사에 공급되면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AI 칩 제조업체들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고 엔비디아를 ‘2025년 최고의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조셉 무어 분석가는 엔비디아를 둘러싼 일부 우려를 두고 “과장됐다” 지적하면서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가는 AI 가속기 시장 규모가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서버 사업의 가치를 전년 대비 2980억달러(435조원) 증가로 전망했다. AI 서버는 전체 서버 산업 가치의 70% 이상으로 내다봤다. 특히 블랙웰은 AI 서버 인프라를 구성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하이엔드 주요 출하 제품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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