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승인 안거쳐도 돼 막강 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 관세를 매기기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 새로운 관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익명의 소식통은 “안보상의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엄격한 요건 없이도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 법을 트럼프 당선인이 선호하고 있다”고 CNN에 귀띔했다.
다른 익명의 소식통은 국가 경제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켈리 앤 쇼 무역 변호사는 “미국 대통령은 다양한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IEEPA는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보편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나아가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다.
설령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도입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더라도, 무엇을 근거로 비상사태의 근거로 삼을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對)중국 관세의 근거가 됐던 무역법 301조 활용방안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정부 조사가 필요해 관세 부과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무역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이 조치할 수 있는 법으로, 일부 중국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을 비판하면서도 “앞으로 4년간 미국의 경제는 로켓처럼 상승하겠지만,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며 경제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