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가 불타고 있다…사망 5명,13만여명 대피

주택 건물 2천여채 소실…한인타운 면적의 10배 크기 불에 휩쓸려
바이든 대통령 산타모니카 소방서 방문 “연방 비상사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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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소방관이 불에 타고 있는 주택에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AP=연합]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전역에서 7일 강풍으로 인한 산불로 주택과 사업체 등 건물 2천여 채가 소실되고 5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8일 현재 LA카운티 지역에서 가장 파괴적인 산불은 퍼시픽 팰리세이즈 일대를 휩쓸고 있는 팰리세이즈와 패사디나,알타디나 지역을 덮친 이튼산불,그리고 샌퍼난도 밸리와 실마,산타 클라리타 지역의 허스트 산불 등 3개다.

팰리세이즈 산불은 8일 자정 현재 1만7,234에이커가 넘는 지역을 태우고 있으며 인근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CH)까지 불길이 번져 연안에 있는 수백만달러짜리 주택들이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LA 카운티 앤서니 마론 소방국장에 따르면 이 화재로 주택을 포함해 약 1,100채의 건물이 파괴됐다.

LA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이튼 화재 지역에서 3만2,500명의 주민이 대피령을 받았고 팰리세이즈 화재에서는 3만7,000명의 주민에게 강제대피령이 내려졌다.

불길은 캘리포니아의 유명인들이 많이 사는 칼라바사스, 산타모니카 등 부유한 지역을 휩쓸었다. 마크 해밀, 맨디 무어, 제임스 우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대피행렬에 끼었다.화재가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는 1960년대 히트곡인 ‘서핑 유에스에이(Surfin’ USA)’로 유명한비치보이스의 기념비가 있는 해안 언덕지역이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이곳 주민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함께 산타모니카 소방서에서 상황을 브리핑받고 연방차원의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화재진압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화재는 수백만 달러짜리 주택이 밀집한 인기 하이킹 지역인 테메스칼 캐년을 통과하고 유명한 선셋대로를 넘어 1976년 공포 영화 ‘캐리’와 TV 시리즈 ‘틴 울프’ 등 많은 할리우드 작품에 등장했던 팰리세이즈 차터 고등학교의 일부를 태웠으며, 불이 커지면서 LA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화재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이번 화재로 LA코리아타운(약 7㎢)의 20배 가까이 되는 약 110 ㎢의 면적이 소실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4.5㎢)의 25배 가까운 넓이다.

마론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팰리세이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없지만 “화재 현장에 있던 응급 구조대원 외에 대피하지 않은 주민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7일 저녁에 발생한 이튼 화재는 시속 99마일로 부는 강풍을 타고 알타데나와 패서디나 인근의 1만 600에이커 이상을 태웠다고 앤젤레스 국유림 관리소가 밝혔다. 이튼 화재에서만 5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 마론 국장은 이튼 화재로 100채 이상의 건물이 소실됐다고 전했다.

실마에서 밤새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진 허스트 화재는 700에이커가 넘는 면적을 태웠다. 화재의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이튼과 팰리세이즈 화재에는 약 1,500명의 소방관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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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지역의 산불 현황과 주민 대피지역[AP=연합]

LA카운티와 벤추라 카운티 대부분 지역에는 9일까지 적색경보가 발령돼 있다. 적색경보는 평균 3~5년에 한번씩 내려졌지만 국립기상청 옥스나드 지부는 작년말부터 이미 세차례나 발령했다..

소방당국은 “생명을 위협하고 파괴적이며 광범위한 폭풍”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바람은 8일 오후에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10일까지는 계속 강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상당국이 예보했다.

국립기상청은 샌 가브리엘 산맥과 베벌리힐스, 할리우드 힐스, 세풀베다 언덕, 산타모니카 산맥, 말리부, 벤추라 동부 밸리에 인접한 해안 지역이 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기상청은 약 한 달전 말리부 지역에서 프랭클린 화재가 발화돼 급속히 확산했을 때도 같은 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화재는 4,037에이커 이상을 태우고 건물 48채가 피해를 겪었다.

LA 일부 지역에서는 시속 100마일에 가까운 돌풍이 밤새 강타, 소방 항공기가 비상착륙하고 인근 지역 곳곳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국립기상청은 7일밤 10시 20분 알타데나 인근에서 시속 99마일, 오후 9시 37분 우드랜드 힐스 인근에서 시속 98마일, 오후 8시 30분 할리우드 버뱅크 공항에서 시속 84마일의 돌풍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화재 위험으로 인해 100개 이상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남부 캘리포니아 에디슨은 강풍 및 화재 위험과 관련된 안전 문제로 인해 수천 가구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전력회사는 기상 상황에 따라 50만 명 이상이 단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짐 맥도넬 LA 경찰국장은 주민들에게 현재 대피 구역에 있지 않더라도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경고했다. 맥도넬 국장은 “전례 없는 상황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라며 “화재가 계속 확산되고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화재가 어디에서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011년 패서디나, 알타데나, 샌 가브리엘 밸리 지역에서 40만명 이상의 주민이 여러날에 걸쳐 정전피해를 겪고 4천만달러 가량의 재산피해를 일으킨 이후 가장 파괴적인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온 상승과 강우량 감소로 인해 산불시즌이 일찍 시작되고 늦게 끝나고 있다. 남가주 지역은 올 겨울들어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화재시즌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이후 LA다운타운의 강우량은 0.16인치로 시즌 평균 4.64인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반면 캘리포니아북부는 평균 이상의 강우량으로 화재를 겪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은 10월 1일 이후 10.39인치의 강우량을 기록, 이 시기의 평균치인 9.29인치보다 많았다.

캘리포니아의 산불 시즌은 일반적으로 6월 또는 7월에 시작하여 10월까지 이어지지만 1월 산불도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소방협회에 따르면 2022년에 한 건, 2021년에 10건의 산불이 1월에 발생했다. 황덕준 기자

검은 연기
LA의 할리우드 사인판 위 하늘이 산불로 인한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다.[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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