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교육, 분수령 오래전에 지나
사교육과의 전쟁 성공한 나라 없다
근본 수요 변화 없이는 정책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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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증원 정책은 ‘자격증 인플레이션’만 심화시킬 겁니다.”
마크 브레이(사진) 홍콩대 비교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의과대학·첨단학과 증원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교육 규제와 함께 이뤄진 대학 증원이 오히려 사회 전반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브레이 교수는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은 중요하다”면서도 “대학을 누구나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더 이상 학사 학위만으론 사회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석사 학위까지 추구하는 ‘자격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브레이 교수는 유네스코(UNESCO) 국제교육계획연구소(IIEP) 소장, 비교국제교육학회(CIES) 회장, 세계비교교육학회(WCCES)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과거 한국을 ‘사교육 종주국(Grandmother of Shadow Education)’이라고 표현했다. 사교육 시장이 가장 먼저 성행한 동시에, 사교육 억제 정책도 가장 선도적으로 시도해 온 나라라는 이야기다.
브레이 교수는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사교육 시장 상위권에 있다”며 “사교육을 받지 않는 가정이 소수에 불과해지는, 돌이킬 수 없는 분수령(tipping point)을 오래 전에 넘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과의 전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이집트는 올해부터 대입 성적 과목에 사교육이 성행하는 외국어 등 필수 과목을 삭제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예체능을 제외한 초·중학생 사교육 일체를 금지했고, 터키는 입시학원 폐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브레이 교수는 “사교육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나라는 현재까지 없다”며 “근본적인 수요 변화 조치 없이는 (규제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해다.
브레이 교수는 한국 사교육 시장의 가장 특징적인 점으로, 오랜 규제 시도에도 시장이 유지돼 왔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교육이 사회 문화 자체에 깊이 뿌리 내려 있다는 것, 그리고 경쟁적인 사회 모습을 보여준다”며 “경제적 위기에서도 (한국의) 사교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이 반드시 기대했던 혜택을 가지고 오지는 않는다”며 “사교육 경쟁이 심화할수록 젊은 세대는 특정 직업을 얻기 위해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자격증(스펙)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