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3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사업체의 74.5%는 유연근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내 300인 이상 사업체의 51%가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고 있는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의 도입 비율은 19.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체가 증가할수록 유연근로제 도입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에서 제도의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의뢰로 발표한 ‘2023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 63만602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총 6개 제도 가운데 단 1개 제도라도 도입해 운영한 사업체는 25.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과 ‘장소’의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시간에 유연성을 준 제도는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재량근무제 등 4가지이며, 장소가 변수가 되는 제도는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2가지다.
시간선택제는 육아, 학업, 가족돌봄, 퇴직 준비 등의 사유로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전일제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짧은 시간 근무하면서 전일제와 차별 없이 일하는 고용형태다. 시차출퇴근제는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출퇴근시간을 조절해 러시아워를 피하고 유연한 시간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선택근무제는 일정기간의 단위로 정해진 총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각, 1일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이며, 재량근무제는 근로시간의 배분과 업무 수행 방식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원격근무용 사무실에서 근무하거나,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근무하는 원격근무제와 근무 편의를 위해 주거지(자택)에서 수행하는 재택근무제는 장소에 유연성을 보장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3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
이 가운데 국내 사업체들이 가장 많이 도입한 제도는 시차출퇴근제(21.6%)였다. 이는 이어 시간선택제(17.8%), 재택근무제(10.3%), 선택근무제(10.0%), 재량근무제(9.0%), 원격근무제(8.8%) 순이었다. 시차출퇴근제 평균 활용 인원수는 6.2명이었고, 시간선택제는 평균 3.7명, 선택근무제는 5.1명으로 나타났다. 그 외 재량근무제 1.6명, 원격근무제 4.2명, 재택근무제 6.2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업체 규모에 따른 유연근로제도 도입 격차는 상당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51.0%가 1개 제도 이상의 유연근로제를 도입한 반면 5~9인 규모의 사업체는 19.1%만이 도입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사업체가 도입한 시차출퇴근제조차 300인 이상 사업체는 48.7%가 도입한 반면 5~9인 사업체는 15.9%만이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선택제 역시 300인 이상 사업체 도입률은 40.0%에 달했지만, 5~9인 사업체 도입률은 12.8%에 그쳤다.
아울러 6개의 유연근로제도 중 하나라도 도입한 사업체를 대상으로 도입 이유를 조사한 결과,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이 44.8%로 가장 많았고, ‘생산성 등 업무효과를 높이기 위해’가 26.9%, ‘인력유출 방지 및 인재 영입’이 14.3%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2022년과 비교하면 ‘인력유출 방지 및 인재 영입’과 ‘근로자 및 노조의 요구’라고 응답한 비율이 소폭 높아져 유연근로제도의 도입 배경이 근로자 지원에서 기업의 인력 관리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기업 문화가 여전히 유연근로제 도입에 배타적이지만, 유연근로제도를 도입한 사업체를 대상으로 도입 효과를 조사한 결과,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28.3%이었고, 매우 긍정과 긍정을 합한 긍정 응답의 비중은 97.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