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사교육 대출 4년만에 41억
총액 23% 줄었는데 사교육만 폭증
월평균 사교육비 100만원에 달해
교육부 통계, 본지와 2배 넘게 차이
겨울방학·영유아 반영 못하는 한계
학부모가 부담하는 월 평균 사교육비가 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통계보다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정부가 부처 대표 성과 지표로 사교육비를 꼽고 올해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통계부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추세 속에 저소득층의 교육비 대출에서 사교육을 허용하자 대출이 60배가량이나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헤럴드경제 조사에 따르면 전국 학부모 월 평균 사교육비는 97만3000원이었다. 이는 본지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함께 영유아,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83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0~29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관련기사 4면
이는 정부 발표 수치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생 1명이 지출한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중·고 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백병환 사걱세 책임연구원은 “정부 조사의 대상과 규모가 월등히 높지만, 정부 조사가 학부모 체감과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으므로 수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의 사교육 통계 조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한계가 지적돼 왔다. 우선 정부 조사는 매년 3~5월, 7~9월의 교육비만 조사해 방학 기간이 반영되지 않는다.
통상 겨울 방학에는 다음 학년을 선행 학습하는 특강 등이 개설되는 경우가 많다. 백병환 연구원은 “학년과 학교급이 바뀌는 겨울 방학 지출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조사는 N수생과 영유아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최근 추세 역시 반영하지 않고 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N수생은 16만1784명으로, 직전 수능에 비해 2042명 늘었다. 이는 2004학년도(18만4317명) 수능 이후 최대 규모였다. 최상위권 대학 선호에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까지 겹친 여파다.
영어유치원 등 영유아 사교육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영어유치원은 842개로, 4년 만에 36.9% 늘었다. 이에 교육부는 내년에 5억6000만원을 투입해 영유아 사교육비를 파악하고, N수생 사교육비도 시범 조사하기로 했다.
이처럼 사교육비가 급증하자 저소득층의 교육비 정책 대출은 폭증했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정성호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금원이 사교육비 대출을 시작한 202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년간 총 41억4700만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직전 4년(2017~2020년) 6600만원 대비 62.8배 급증한 수치다.
사교육비 대출은 교육 격차를 좁힌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취약계층 대상 미소금융 교육비 대출 지원이 기존엔 공교육비로 지원 대상이 제한됐는데 이를 넓힌 것이다. 기존에 교육비 대출은 실적이 미미했다. 지난 10년간 실적을 보면 ▷2015년 600만원(4명) ▷2016년 1000만원(5명) ▷2017년 1600만원(6명) ▷2018년 1500만원(7명) ▷2019년 2200만원(7명) ▷2020년 1300만원(3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교육비 대출이 시작되면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첫 해인 2021년 12억3200만원(268명)의 대출이 이뤄져 전년 대비 대출 금액은 바로 94.7배 늘었다. 이후로는 ▷2022년 13억2900만원(300명) ▷2023년 8억5300만원(213명) ▷2024년 11월까지 7억3300만원(175명)으로 비슷한 수요가 이어졌다.
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