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MBK 측 지지
이사회 과반 의석 필요, ‘집중투표제’ 걸림돌
1.5조 투입하고 ‘반쪽짜리’ 바이아웃 부담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5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주주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론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MBK의 경우 ‘반쪽짜리’ 바이아웃을 피하려면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과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를 권고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권리를 위한 장치로 활용돼야 하지만 고려아연 사례에서는 최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저지는 MBK의 최대 현안으로 꼽힌다. 고려아연 투자를 주도한 김광일 부회장 역시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집중투표제 부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제도가 도입돼 최 회장 측 인사에 표결을 몰아줄 경우 고려아연 이사회 개편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MBK는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최 회장과의 분쟁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MBK 측이 이사회 진입에 걸림돌이 생기면 1대-2대주주가 이사회 ‘내부’에서 다퉈야 할 문제를 지속적으로 외부에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MBK 측은 집중투표제가 필요하다면 이사회 개혁이 마무리된 이후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3인과 기타비상무이사 3인, 사외이사 7인이 이에 포함된다. 사내이사 자리를 차지한 최 회장,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11은 모두 최 회장 측 인사다.
MBK는 장 고문을 제외한 이사진 12명 가운데 10명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찬성한 점을 강조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공개매수 직후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기존 이사진이 고려아연 주주가치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MBK 측은 “최 회장 협력 없이 기존 이사를 해임할 수 없으므로 기존 이사진의 숫자를 넘어서는 14인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새롭게 참여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작년 9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한 이후 장내매수를 포함해 직접 취득한 지분은 7.82%를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지분 확보에 투입한 자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기존 1대주주인 영풍 측과 합산한 지분율은 40.97%를 기록 중이다. 의결권 없는 고려아연 자기주식 약 12%를 제외하면 의결권 지분율은 46.7%다.
최 회장 측의 직접 지분 17.5%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지만 상황적으로 비교 우위를 점하진 못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분산돼 있는 기관투자자 등의 의결권 방향성이 예측되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 투자 명분은 뚜렷하게 내세우고 있으나 시장 내 불필요한 분쟁을 주도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 측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비롯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권고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 수 19명 상한, 7명 신규 이사 선임 등을 주총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만약 주주들이 고려아연 측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MBK 측의 경영 주도권 확보 시기는 미뤄지고 분쟁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