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가야해요? 애들 학교는요?” ‘계엄의밤’ 빗발친 공포의 전화 [세상&]

12월 3일 밤 10시부터 4일 자정까지 총 179건 다산콜센터 접수
계엄 선포된 10시 26분 직후부터 30여분 동안 전화 빗발치기 시작
‘군대 다시 가야 하나’, ‘피난 가야 하나’는 등 당황한 시민들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을 계엄군들이 가로막고 있다. 이상섭 기자

“국민들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되는지 지금 직장을 다니는데…애들이 학교는 갈 수가 있나요?”(2024-12-03 23:19:50)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그런 일이 발생을 해서 저희도 지금 전달된 사항은 없습니다”(2024-12-03 23:19:56)

“총매고 군대에 다시 가야 돼요?”(2024-12-03 23:46:59)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는 내용이 없습니다 지금”(2024-12-03 23:47:02)

“아 너무 불안해서 이거 전쟁 나는 거 아니에요. 피난 가야 되나요?”(2024-12-04 00:23:55)

“이거는 지금 저희가 정확하게 안내해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2024-12-04 00:24:02)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부터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다산콜센터에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대부분 다급한 목소리에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의 전화였다. 하지만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들조차도 어떤 답을 줄 수 없었다.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헤럴드경제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120다산콜재단으로부터 받은 ‘계엄 관련 다산콜센터 문의 내역 및 건별 녹취록’을 분석해 봤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부터 4일 자정까지 다산콜센터에 접수된 문의 중 ‘계엄’ 단어로 검색되는 내용을 모았는데 총 179건으로 파악됐다.

첫 통화는 밤 10시 32분이었고 마지막 통화는 4일 밤 11시 27분이었다. 특히 계엄으로 검색된 통화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10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전화가 집중됐다.

국회가 4일 자정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임세준 기자

시민들은 대부분 다급한 목소리로 걱정스러운 질문을 쏟아냈다. 한 시민은 “혹시 이게 뭐 아무 활동을 못 하는 건가요”라고 묻기도 했고 다른 시민은 “저 지금 출근해야 하는데 지금 밖에 나가도 되는 거예요”라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상담사들은 이런 문의들에 대해 “저희도 기사로만 지금 알고 있고 서울시로 구체적인 대응메뉴얼 이런 게 나온 게 없어요”, “그건 제가 뭐라고 거기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고 서울시에서도 아직 공식 지침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상담사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문의를 통해 불안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담사들 역시 갑작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보니 뭐라 답을 해줄 수 없는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인 A씨는 “그날 밤 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될 때까지 믿기지 않아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건 뭔가 분명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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