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는 계속 주는데…PB센터 늘어나는 이유는?

우리은행, 10일 ‘TCW 여의도’ 센터 개점
하나은행, 3분기 중 ‘클럽원’ 3호점 열어
줄어드는 ‘비이자 수익’…비중도 감소세
고액 자산가 유치해 비이자 수익 강화 전략


시중은행이 PB센터를 확장하며 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투체어스 [우리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은행들이 고액 자산가에 특화한 PB(개인 자산관리)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라임 사태’와 ‘ELS 사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요 비이자 수익원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고액 자산가를 유치해 수수료 수익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TWO CHAIRS W(TCW) 여의도’ 센터를 새로 열었다. TCW는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특화 자산관리 서비스 센터다. 기존 도곡, 부산, 압구정, 청담에 이어 다섯번째 지점을 열었다. 또 다른 고액 자산가 특화 센터인 ‘TWO CHARIS E(TCE)’ 센터도 강남과 본점, 시그니처점 등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오는 3분기 중에 강남 도곡에 ‘클럽원’ 3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세 가지 형태의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자산 규모 기준으로 기본 PB센터 10곳과 ‘골드클럽’ 8곳, ‘클럽원’ 2곳 등이 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하나은행의 프리미엄 PB센터 ‘클럽원(Club1)’ 내부 모습. [하나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신한 프리미어(Premier)’라는 브랜드의 PB센터를 운영 중이다. 초고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센터인 ‘신한 프리미어 Family Office’ 2개점과, 자산가 고객을 위한 1:1 서비스 센터인 ‘신한 프리미어 PWM’ 22개점 등이 있다.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한 프리미어 PIB’도 1개점을 운영 중이다.

이는 최근 비대면 거래 확대 등으로 은행들이 일반 점포들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은행 점포 수(해외 점포 포함)는 총 5849곳이었다. 1년 전(5902곳)보다 53곳 줄었다. 은행 점포 수는 지난 2012년 4분기 말 7835곳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PB센터에 힘을 주는 것은 고액 자산가들을 유치해 ‘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비이자 수익이란 영업수익 중 여·수신 금리에 따른 수익 등 이자 수익을 제외한 수익이다. 수수료 수익과 기타영업 수익 등이 있다. 은행들이 PB센터에서 고객자산가들의 자산 관리 등을 통해 받는 수수료는 비이자수익으로 잡힌다.

은행들의 비이자수익은 최근 줄어들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시중은행들의 누적 비이자수익은 100조5948억원 규모였다. 1년 전 같은 기간(116조5177억원)보다 13.7%가량 줄었다. 2022년(195조8320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48.6% 감소했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2022년 83%에서 2023년 64.8%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59.2%까지 감소했다.

이처럼 은행의 비이자 수익이 쪼그라드는 것은 최근 ‘라임 사태’와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등으로 주요 비이자 수익원인 사모펀드와 ELS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또 다른 주요 비이자 수익원인 부동산PF도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라임사태와 ELS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은행들이 리스크가 큰 상품에 대한 취급을 줄이고 있다”며 “PB센터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많이 유치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며 수수료를 늘리는 식으로 비이자 수익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특성상 이자 수익 비중이 높으면 ‘이자 장사’한다는 비판이 뒤따르기 때문에 비이자 수익 비중을 높이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서 신사업의 길을 터주지 않는 이상 눈에 띄는 비이자 수익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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