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집안, 사춘기 남매가 살아요” 도움 필요한데…기부금 역대급 추락

열두 살 예지(가명)와 동생 윤재(가명)가 살고 있는 집에 묵은 기름때와 곰팡이가 낀 모습. 초록우산은 네이버 해피빈에서 남매의 사연을 소개하며 모금하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부·사회공헌 플랫폼에서 지난해 기부금이 5년 이내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경기 한파와 연말 국정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사용자가 낸 기부금과 양사가 낸 기부금은 일제히 감소했다.

9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해피빈 총 기부금은 208억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네이버 사용자가 낸 기부금은 106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고, 네이버가 낸 기부금은 40% 하락한 41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부한 ‘파트너 기부금’은 60억5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카카오같이가치의 작년 기부금은 59억7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파트너 기부금은 86% 줄어든 3억8300만원으로 가장 하락 폭이 컸고, 카카오 기부금은 74% 감소한 11억600만원을 기록했다. 사용자 기부금은 27% 줄어든 44억8800만원이었다.

[카카오 같이가치 갈무리]


해피빈과 카카오같이가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하는 기부·사회공헌 플랫폼으로 기부금이 필요한 단체가 ‘모금함’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정기 기부와 단건 기부 모두 할 수 있고, 기업들도 파트너로서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네이버 해피빈의 작년 기부 참여자는 총 62만명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반토막’났다. 정기결제자는 2만2000명으로 5년 이내 비슷한 수치가 유지됐지만, 일회성 기부를 포함한 결제 기부자는 10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64% 감소했다.

네이버에서 사용자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콩’을 기부한 이들도 재작년 98만5000명에서 작년 54만8000명으로 줄었다. 콩은 쇼핑 구매평, 블로그 게시글 등을 작성하거나 해피빈 활동 시 지급되는 기부 아이템으로, 사용자가 콩을 기부하면 네이버는 1개당 100원을 대신 기부한다.

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옛 도청오거리에 설치된 경기사랑의열매 사랑의 온도탑에 나눔온도가 58도로 표시되고 있다. [연합]


지난해 경기 침체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기부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사랑의 온도탑은 62.7도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낮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매년 200억∼300억원 규모로 기부하는 기업들이 올해는 12월 중순에 기부를 끝내 현재 온도에 기업 기부액이 전부 반영돼 있다”며 “작년과 비교하면 기업체와 개인 기부가 줄어든 게 크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