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소리분석 솔루션에 엔비디아도 주목
삼성전자가 초기 지원, 사업 성장 탄력
누적 투자유치 100억원…CES서 눈도장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 전시관에서 만난 한윤창 코클 대표. 라스베이거스=김현일 기자 |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현일 기자] 소리 공부를 위해 모였던 서울대 음악오디오연구실 석·박사생들은 2017년 7월 학교를 졸업하고 ‘코클(Cochl)’이란 회사를 차렸다.
코클이란 이름은 달팽이관을 뜻하는 코클리아(cochlea)에서 따왔다. 사명 그대로 이들은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일상의 모든 소리에 매달린 끝에 인공지능(AI)으로 소리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코클의 기술력을 알아본 엔비디아는 코클을 ‘자동화 시스템 분야 톱 4 AI 스타트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코클의 솔루션은 병원부터 공장, 군대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한 자동차 생산공장은 제품 검수 시 창문의 이상 여부를 사람이 직접 듣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코클의 솔루션으로 자동화했다.
창업 초기 15명으로 시작한 코클의 직원 수는 32명으로 늘어났다. 본사도 서울 강남에서 글로벌 스타트업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만 약 100억원에 달한다.
코클의 이같은 빠른 성장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이 있었다.
C랩은 삼성전자가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구현을 지원하기 위해 2012년 만든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2018년부터는 외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C랩 아웃사이드’를 신설했다.
코클은 2019년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 전시관에서 만난 한윤창 코클 대표는 “창업 초기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돼 사무실 지원 등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 대표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 참가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건너왔다.
이번 CES 참가도 삼성전자가 C랩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 CES 2025에 마련한 ‘C랩 전시관’. [삼성전자 제공] |
코클 외에도 이번 CES 2025 기간 삼성전자 C랩 전시관에서 총 15개 업체를 만날 수 있었다.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 12개, 삼성전자 직원들이 수행 중인 ‘C랩 인사이드’ 과제 2개,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22년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1개가 참여했다.
특히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둔 ‘고스트패스(Ghostpass)’를 비롯해 지역 스타트업 4개사가 이름을 올려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고스트패스는 생체정보 기반 바이오 인증 및 결제 솔루션으로 CES 2025에서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완전한 탈중앙화 인증 방식으로 개인정보 대량 유출을 차단한 점이 인정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2012년 C랩 프로그램 도입 이후 현재까지 육성한 사내 벤처와 스타트업은 총 912개(사내 406개, 사외 506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CES 무대에서 우수 과제와 스타트업들을 소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