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큰 손된 은행…4대 금융 지난해 3100억 쐈다

벤처 투자 시장 위축에도
금융 계열 투자 흐름 강화
금융권 풍부한 투자여력에
벤처기업도 적극 문 두드려


4대 금융 계열 벤처투자사가 작년 한 해에만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는 등 금융권이 적극적인 벤처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본사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투자 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적극적인 벤처투자를 이어 나가며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에도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강화해 신사업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벤처투자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 계열 벤처투자사는 지난해 총 112건, 31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3년(2921억원)보다 금액 기준 약 189억원 늘어난 것으로 전체 벤처 투자가 지난해 부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반등으로 분석된다. 더브이씨 집계 기준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금액은 6조86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도 은행 계열 투자사가 그나마 투자여력을 가지고 있어 지원을 이어가는 상황”이라며 “투자를 유치하려는 CEO(최고경영자)나 CFO(최고재무책임자) 입장에선 은행 계열 투자사에 먼저 문을 두드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체별로 보면 KB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한 3개사의 투자 집행 금액이 늘었다. 특히 신한벤처투자의 경우 2023년 731억원에서 2024년 1208억원으로 투자액이 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벤처스는 572억원에서 641억원으로, 우리벤처파트너스는 265억원에서 359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KB인베스트먼트도 2023년(1353억원)보다는 적지만 902억원을 쏟았다.

이 밖에도 지난해 4월 본격 출범한 IBK벤처투자가 12월 45억원 규모의 투자 3건을 집행하며 신호탄을 쏘는 등 은행권은 벤처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거시적인 상황보다는 좋은 대상이 있다면 꾸준히 투자해 간다는 기본철학에 바탕으로 두고 진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환경이 뒷받침됐다면 투자가 더욱 활발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는 나온다. 다른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전년 대비로는 늘었지만 당초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라며 “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KB인베스트먼트 측은 벤처투자의 주요 회수 수단인 기업공개(IPO) 심사가 강화됐고 신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조정 국면을 맞고 있지만 각 금융그룹은 벤처투자 활성화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벤처투자는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금융사로서는 비이자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신사업의 하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IPO나 인수·합병(M&A)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아직은 수익모델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혁신기업을 발굴해 이들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금융의 사회적 역할도 큰 만큼 벤처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타 기업의 서비스와 결합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연결된다. KB금융은 계열사를 통해 343건의 업무 제휴를 통해 실질적인 사업 연계를 추진 중이다.

신한벤처투자 측은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둘러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좋은 투자처에 대해 적극 투자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역시 “그룹 차원에서 벤처기업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 자본력을 뒷받침하고 기업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으로 벤처기업 생태계의 안정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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