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엔 음주 후 ‘저체온증’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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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추운 날씨에 술을 마시면 체온이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음주 후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다.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분해 과정에서 중심부 열이 피부 표면으로 이동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주 후 몸이 뜨거워진다는 착각이 들 수 있지만,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이 나는 것은 더 많은 혈액이 피부로 몰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몸 내부의 열이 피부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체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겨울에는 피부 밖의 공기가 차기 때문에 열 이동이 더 빨라진다. 음주 후 추위에 노출되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쉬운 이유다. 게다가 알코올은 우리 몸의 체온조절 기능을 방해한다. 술을 많이 마신 후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술은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를 둔하게 만든다.
또 알코올은 추울 때 뇌가 내려야 하는 판단도 흐리게 한다. ‘추우니 옷을 껴입어야겠다’,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등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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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후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면 저체온증 위험이 커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저체온증은 중심 체온(심부 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 때는 심장, 폐, 뇌 등 장기 기능이 저하된다.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저체온증은 겨울철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다. 발생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질병청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병원 응급실 자료를 조사한 결과, 전체 한랭질환자의 21.3%가 ‘음주’ 상태로 응급실에 왔다. 한랭질환자의 87.5%는 저체온증이었다.
노인층은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사에서 한랭질환자의 57.5%는 65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노인은 자율신경계 기능이나 혈관의 방어기전이 저하돼 상대적으로 한랭질환에 더 취약하다.
강재헌 교수는 “따뜻한 실내에서는 문제가 안 되지만, 음주 중이나 음주 후 추운 외부에 장시간 있다면 저체온증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년 술자리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과도한 음주 절제가 최우선이다. 취했다면 밖에서 잠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귀가 때도 겉옷을 챙겨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는 물과 과일주스로 숙취를 막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음주 전에는 간단한 식사로 속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